박정욱 <교보생명보험 부사장>

한보사태는 우리들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기업의 부채의존도와 일련의 금융사고는 금융기관을 극도로
어려운 궁지로 몰아가고 있다.

한보를 통해 금융분야는 지금과 같은 차입금융체제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발전해 나갈수 없다.

금융산업의 발전없이 실물경제의 성장도 한계가 있다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금융산업의 정상화를 위한 현 체제로부터의 탈피는 매우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과거 우리경제는 수출위주로 고도성장을 지속하지 위해서 수출관련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켜 나가지 않을수 없었다.

이를 위해서 저금리의 정책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고 기업들은
권력 등의 수단을 이나 동원해서 정책금융을 받아내는 것이 성공적인
기업경영의 열쇠로 여겼던 것이다.

이는 결국 대기업의 편중 여신, 금융기관은 과중한 부실채권의 부담을
안게 되었고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었다.

차입 기업들은 "은행돈은 쓰면 쓸수록 좋다.

기업이 커질수록 금융부채가 많을수록 기업은 도산할 염려가 없다"는
환상을 갖게 되었다.

금융기관 경영자들은 무사안일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가급적 임기중에
부실채권이 표출되지 않는 것이 좋다.

스스로 정리하면 정부의 지우너도 못받고 오히려 부실채권에대한 책임만
져야 한다"는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런 차입금융의 병폐가 결국에는 한보사태를 유발시켰고 삼미그룹의
부도에 이어 진로그룹까지 극히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금융의 자율화와 개방화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어 당국의
특혜금융 지원에도 한계를 갖지 않을수 없게 되었다.

또한 차입금융은 거품현상으로 작용하여 기업의 커다란 부담으로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중 어음부도율이 14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중소기업은 물론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까지도 도산위기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의 연쇄 부도는 금융의 연쇄부도로 연결되는 도미노현상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다는 인식하에 당국은 부도방지를 위한 묘책을 강구하고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하는 부도방지 협의회를 구성하고 부실채권이나 담보
부동산을 매입, 적극적으로 정리하여 나갈수 있는 부실채권 전담기구를
설치하기로 한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부도 방지협의체는 종금사들의 미온적인 참여로 결렬위기에
놓여있고 오히려 부실 징후기업들에대한 우선적인 채권확보로 금융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부도방지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금융자율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금융개혁을 지연시키고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차입금융체제를 탈피하기 위해서 물론 제도적인 개선도 중요하지만
여신담당 금융기관이나 차입자들의 의식개혁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원론적인 얘기일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본질적인 접근이야말로 우리가 경시할수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인 접근방법을 모색돼야 한다.

우선 차입기업들은 단순한 외형성장은 기업의 부실을 자초하는 요인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장기 수익성을 최우선 지표로 삼아 미래지향적인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할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래서 부실요인은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하여 해소시켜 나가야 하며
성장보다는 이익중심의 "절경 영"을 추구할 때 국민경제에 기여할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할수 있는 것이다.

또한 금융기관은 담보나 보증위주의 대출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각종
객관적 지표등을 감안한 신용평가제도를 도입, 기업의 경영혁신을 유도하며
자금의 최적배분이라는 금융의 본래 역할을 담당할수 있도록 변화해야
할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실징후 기업들의 회생가능 기업과 불가능 기업으로
구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의 정상화를 모색하여 나가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제3자 인수나 담보물의 처분등으로 과감한 퇴출을 추진하여
나갈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급변하는 세게경제속에 기업들은 국민의 기업으로 생존하여
나갈수 있을 것이다.

우리경제가 안고 있는 차입금융의 병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금융산업이
정상화되고 기업은 경쟁력을 키워 나갈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부채의존도가 높은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노력과 경영혁신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금융정책의 방향은 기업의 금융비용이 절감되고 신뢰성있는
신용평가가 뒷받침될때 가능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