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빌리, 그녀는 가느다랗게 신음한다.

초이의 몸동작이 어떤 것은 빌리를 닮았다.

많이 미국식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초이는 동양인이면서 백인같이 거대한 심벌을 가졌다.

미국의 삼류대학을 세계적인 명문인 것처럼 떠벌리는 그는 어쩌면 그녀가
제일 경멸하는 아이큐 낮은 남자다.

하기는 성적 능력이나 기능은 학벌과 상관없는 일이다.

그녀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본다.

그는 미쳐버린 사냥개 같다.

그녀는 남자와 잘때는 그가 어려서 시드니 근처 사냥터 숲에서 보던,
사나우면서도 사냥에는 아주 기능적으로 대처하던 사냥개 리키를 닮은것
같다고 느낀다.

제인은 마약만 복용하지 않으면 아름답고 우아하고 온순한 여자일뿐
성적으로도 냉담하고 약한 백조같은 여자다.

스물일곱살인 그녀는 여성으로서 완숙단계에 와 있지 못했고, 선천적
으로도 요부가 아니라 백합꽃처럼 태어난 여자였다.

"박미자, 너는 몸을 팔기에는 역부족이다. 나를 좀 더 황홀하게 해줘"

드디어 다른 남자들처럼 그도 짐승처럼 되기를 요구한다.

그녀는 그러나 달아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를 내 맡기는것 이상으로
봉사할 기력도 열망도 없다.

마리화나정도로 흥분하기에는 그녀의 증독증세가 너무 심하다.

"짐승처럼 소리치란 말이야"

"어떻게요? 나는 짐승이 아닌걸요"

"이 맹꽁아, 내가 왜 비싼 값을 치르고 너를 여기로 데려왔겠어?"

그의 몸은 어느새 불만으로 바짝 냉각되어 간다.

요조숙녀연하는 자기 와이프와 같을 바엔 돈을 주고 여자를 살 필요가
없지 않은가? "가르쳐 주세요? 어떻게 하라구요?"

"아무리 경험이 없다손 치더라도 그렇게 모르냐? 그렇게 멋지고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으면서. 나는 너같이 날씬한 여자는 처음이야. 뚱뚱한
버크셔에게는 질렸대두"

"부인께선 글래머?"

"그래. 글래머라두 그대보다는 테크닉이 있어"

"나는 정말 사랑하며 하는 섹스밖에 몰라요"

그녀는 또 튕긴다.

달아오르지 않아서다.

"그럼 나를 애인이라고 생각해봐. 네가 요전에 소리친 그 빌린가
뭔가라고 생각해봐"

"오오, 그래요. 빌리와 당신은 닮은 곳이 많아요. 이 거대한 것이
그래요"

"그렇지. 빌리는 너의 첫사랑이었고 나는 빌리야. 그러니까 멋진
러브메이킹을 하자구. 나는 너에게 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마리화나도
피웠어. 자, 나를 봐. 네가 사랑하는 그 거대한 보물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아. 네가 원하는대로 갖고 놀아줘"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