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자녀 이름으로 최고 1억원까지 저금을 하더라도 그 원리금에
대해 증여및 상속세를 전액 면제하는 새 금융상품을 상반기중으로 신설키로
한 정부 여당의 결정은 시각에 따라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1억원을 한꺼번에 저축할 경우 연 9%기준 복리로 계산하면 원리금이
10년후에는 2억8천4백만원이 되는데 이를 세금한푼 내지 않고 자녀에게
물려주도록 허용하는 것은 세금부담의 형평이라는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올수 있다.

상속.증여 소득이 대표적인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얘기는 달라질수 있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증여행위가 과세대상으로 포착되는 것은 미성년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예금을 하는 경우 뿐이라는 점을 우선 감안할
필요가 있다.

값비싼 외제 승용차를 사주거나 예식장비용 혼수품 등에 엄청난 돈을
들이더라도 세금과 연관이 없는게 현실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소비행위 형태로의 증여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저축행위 형태로의 그것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것은 비논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었다.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자녀 명의의 비과세저축의 신설은 과소비를
부추기는 세제상의 모순을 바로잡는 것일 수도 있다.

이 저축제도 신설은 금융실명제및 종합과세에 대한 여당의 보완주장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융실명제로 과소비가 빚어지고 저축의욕이 떨어지고 있다는게 여당
일각의 오랜 주장이었다.

어쨌든 새 금융상품의 저축유인효과는 매우 클 것이 확실하다.

저축원리금 합계액이 5년간 1천5백만원까지인 증여공제한도 이내로
돼있는 주택은행의 차세대저축(자녀명의 저축) 가입자가 4백50만 계좌를
넘고 있는등 인기가 높은 것만 봐도 그렇다.

고소득계층의 저축을 끌어들이는데 효과가 있을 것은 물론이고,
중산층에서도 자녀결혼과 분가에 대비해 새 저축에 들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자녀명의 비과세저축제도가 금융실명제의 후퇴를 의미하고
세제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관념적인 주장도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고 보지만, 저축증대의 필요성이 큰 시점이라는 점에서 내년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를 실시하겠다는 결정은 현실적으로 타당하다고 본다.

작년에만도 2백37억달러에 달한 경상수지적자는 저축증대 외에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

명목상 국내 저축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 않은 수준이긴 하지만
여전히 투자중 상당부분을 해외저축(외채)에 의존하는 실정이고, 그것이
경상적자의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다만 금융실명제와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기본정신을 감안할때 자녀명의
비과세저축 등은 정말 한시적이어야 한다.

금융실명제가 우리 금융관행이나 경제현실에 비춰 너무 때이르게
도입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어쨌든 그 비용을 이미 치를대로 치른만큼
이를 정착시켜 나가려는 노력 또한 긴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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