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한국-호주 지역문제연구소 소장>

정보통신기술 혁명과 국제경제환경의 변화는 호주와 같이 지리적으로
불리한 지역을 "양지"로 뒤바꿔놓고 있다.

"지구 아래"(Down Under)로 불리는 이 나라는 오랜동안 세계 교역의
중심지에서 소외된 "음지"였다.

요즘 구미와 아시아 지역의 대기업들이 호주에 지역본부 설립및 기업
합병과 취득(M&A)방식으로 대거 진출하고 있는 것은 호주가 더이상 고립된
섬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지난 3년간 약160개의 외국기업이 호주에 새로 지역본부를 설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국제회계사 법인인 KPMG자료에 따르면 최근 호주가
다국적기업의 M&A 선호 대상지역 위에 올라있다.

1995년도 외국 기업들의 호주 기업취득총액만도 전년도에 비해 4배가
늘어났다.

UNCTAD 자료를 봐도 지난 한햇동안 호주가 받은 해외 직접투자액은
131억달러로 전년보다 3배나 증가하며 세계5위를 기록했다.

최근의 신 정보통신기술혁명은 컴퓨터들을 서로 연결, 원거리간에도
동시 작업을 가능케하는 인터넷의 출현을 가능케했다.

인터넷 덕분에 기업의 글로벌화를 가로막던 지리적인 거리상의 장벽이
극복되면서 호주가 유망투자지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경제환경의 변화도 여기에 한몫하고 있다.

아시아에 근접한 유일한 영미문화권인 호주는 한때 구미선진국과 함께
고속득, 고소비, 고물가를 자랑하는 사회였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 "아시아의 네마리 작은 용"인 홍콩 대만 싱가폴
한국의 경제에 추월당하면서 호주는 일부 호주인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듯
"아시아에 있는 백인 쓰레기"(white trash of Asia)로 전락되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호주의 기업비용과 생활비는 대부분 아시아 공업국들보다 싸다.

환경도 상대적으로 깨끗한 편이다.

인터넷과 같은 컴퓨터통신혁명으로 사업구상이 어떻게 현실과 연결될수
있는지는 언론 그룹인 더 스트레이츠 타임즈의 사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더스트레이츠타임즈는 얼마전부터 시드니에 지국을
열어 영자매체인 이 신문을 비롯 다른 신문과 잡지의 편집 일부를
시드니에서 하고 있다.

시드니직원들이 오전10시에 출근할 때 싱가포르 시간은 8시이다.

이들은 싱가포르 본사 편집국에서 써놓은 영문.

기사를 컴퓨터 화면에 불러 편집하고 지면구성까지 해서 싱가포르 본사로
돌려 보낸다.

스트레이츠타임즈가 시드니의 중간 편집장들을 필요로 하는 이유는
이 매체들이 영어로 나오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한때 영국의 지배를 받아 영어가 공식 통용어이지만 영어신문
문장을 잘 다듬을 수 있는 고급 인력은 주로 영미국가에서 발탁해서
쓰고있다.

이들을 안정적으로 고용하기 위해서는 높은 주거비등 후한 급여를 주어야
한다.

통신망을 이용한 새 편집방식에 드는 돈이 이보다 적게 든다면 사업성이
있는 것이다.

이같은 국내 외간 동시 간행물 편집은 여건 변화에 대응하는 국제화를
위한 기업들의 변화노력의 한 사례일뿐이다.

최근에는 아시아지역 항공노선을 취항한 영국의 커세이퍼시픽이 호주에
국제 데이타센터와 직원 훈련소를 아메리칸익스프레스가 일본 아시아 지역
후방 카드처리센터를 시드니에 열었다.

영국의 BT도 싱가폴 사무소를 시드니로 옮겼고 AT&T도 시드니 사무소를
구축하고 있다.

IBM은 꽤 오래전부터 한국을 포함한 극동시장을 시드니 본부에서 관할해
오고 있다.

지역본부 설치는 국제적인 기업들의 고비용 절감을 위한 경영분산화
추세라고 할수 있다.

호주의 기업비용이 이 낮은 이유는 저렴한 생활비와 임금수준,
낮은 사무실 및 대지 임대료, 낮은 주택비등 때문이다.

뿐만아니다.

호주는 영어문화권이면서 아시아와 같은 시간대에 있으며 다인종사회로서
2개국어를 쓰는 인력이 풍부하고 잘 발달된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어사용 전문직 인력의 저임금수준은 미국및 영국등의 영어사용 국가와
신흥 아시아 국가에 똑같이 큰 매력이 된다.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구미지역 기업과 구미시장 진출을 위해 영어를
하는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는 아시아 기업들의 상당수가 호주에 발판을
구축하고 있다.

호주에 원래 영국병으로 알려진 노사분규가 드센 나라였다.

또 호주 사람들의 안일한 근무태도는 유명했다.

그러나 오랜 실업문제를 거치면서 호주 근로자들의 태도를 크게
바뀌었다.

호주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호주인을 고용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으나 그것은 상당 부분 현지 노동관계법규나 관례를 잘 몰라 대비를
잘못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사실이다.

국내 기업들도 컴퓨터통신기술을 십분활용, 호주를 구미시장진출의
거점으로 확보해 보는 것도 고비용을 추방하는 한 방법이 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