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치아가 지금은 이탈리아의 피아트그룹에 속해 있지만 처음에는 빈센초
란치아라는 레이서에 의해 1906년 설립된 독립 자동차회사였다.

설립자 빈센초 란치아는 피아트자동차의 레이서로 출발하여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드라이버로 이름을 떨쳤을 뿐만 아니라 자동차 공학에도 천부적인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후 이탈리아 최초로 12기통 V자형 엔진을 만든 것을 시작으로
급기야는 1922년에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람다"를 발표하게 됐다.

그가 만든 자동차는 그리스의 알파벳을 따서 알파 베타 감마 등으로 불리워
졌는데 람다도 그중의 하나였다.

람다는 란치아의 초기 차들이 그러하듯 스타일링면에서는 그렇게 뛰어나지
는 못했다.

1920년대 유럽의 화려한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군용 지프같은 단조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람다를 역사적인 자동차로 일컫는 것은 그 내부에 들어있는 혁신적인
자동차 구조에 있다.

람다는 세계 최초로 프레임이 없는 차체구조를 실현해 현재 승용차의 차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모노코크 보디의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당시 승용차들은 마차의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 기다란 레일을 양쪽에
두고 사다리와 같이 철근으로 엮은 프레임이라는 섀시구조를 갖고 있었다.

여기에 차체 패널과 엔진, 미션을 붙여 만들었기 때문에 운전자나 승객은
프레임 위에 높이 앉게 되어 아주 불편했다.

그러나 어느날 호수에 배를 타고 나간 란치아는 튼튼한 나무기둥을 가운데로
하고 양옆으로 나무판자를 붙여 만든 배가 거센 풍랑에도 끄덕없는 것을 보고
새로운 차체구조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차량 밑부분으로 지나가는 미션으로 인한 터널모양의 차체가 배의 중심
기둥역할을 하면서 양옆으로 차체 패널을 붙이면 무거운 프레임이 없어도
튼튼한 차체를 만들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로써 차체는 가벼워지고 무게 중심은 낮아져 안정된 주행과 편안한
승객실을 가질수 있었다.

또한 체체와 바퀴를 이어주는 서스펜션에도 일대 혁신을 가텨왔다.

당시는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과 프레임 사이에 철판을 겹친 스프링이 바퀴
에 전달되는 지면의 진동을 감소시키는 원시적인 마차 구조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한쪽바퀴의 진동이 차축에 의해 다른 쪽 바퀴에도 그대로 전달
되어 매우 요동이 심했다.

이에 앞의 두 바퀴가 각기 따로 움직이는 이른바 독립 현가 방식을 처음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다시말해 한쪽 바퀴의 진동이 다른 쪽 바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진동을
최대로 흡수해 주는 근대적인 서스펜션 구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V자형 4기통 엔진의 콤팩트함과 프레임이 없는 차체구조, 그리고 독립현가
방식의 자동차 구조는 처음으로 사람이 편안하게 탈수 있는 근대적인 승용차
의 시작을 의미했다.

람다는 이러한 자동차 기술에 힘입어 1928년 난코스로 유명한 "밀레 밀리아"
랠리에서 우승함으로써 "랠리에서는 란치아"라는 명성을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김상권 < 현대자동차 남양종합기술연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