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격인하 경쟁에 LG전자등 대기업까지 가세함으로써 국내 PC시장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국내 PC가격파괴 현상은 세진 소프트라인등 일부 중소컴퓨터
전문유통점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때문에 ''국지전''의 양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들 업체는 용산에서 주로 부품을 조달해 완제품을 만드는 조립업체들
이어서 제품의 ''차원''이 대형업체들과는 다르다는 한계가 있었다.

대기업PC나 외국산 PC와는 별도의 시장을 형성함으로써 이들이 주도하는
''가격파괴''경쟁은 PC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 대기업과 다국적 PC업체들이 가격인하 대열에 잇달아
참여함으로써 ''전면 가격인하 경쟁''의 양상을 띠게 됐다.

세계 PC제조업체 1위인 컴팩컴퓨터는 9월초 국내 현지법인 설립과 함께
전모델에 대해 국내 대기업PC와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을 낮췄다.

대만 에이서컴퓨터는 미국 판매가격보다 20만~30만원정도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PC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 전통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강세를 보여왔던 한국 IBM과
한국휴렛패커드도 자사의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pc가격을 20~30%정도
일제히 인하했다.

국내 대기업들도 이같은 움직임에 가세해 가격인하 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노트북PC 가격을 대폭 인하한데 이어 21일부터 모든
구형 컴퓨터를 대상으로 최고 77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상교환
판매를 실시키로 실질적인 ''제2차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이에따라 소비자들은 2백60만원 펜티엄급PC를 2백만원에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런 판국에 LG전자가 기존 제품의 가격인하는 물론 앞으로 나올 신제품에
대해서가지 가격책정을 다시 해 저가의 PC관련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밝힘으로써 PC가격인하 경쟁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무한경쟁으로
비화된 것이다.

관련업계에서는 이제 국내 PC시장은 강자만이 최후에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에 지배받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외국산.대기업.조립pc등으로 3분돼 있던 국내 pc시장이 단일 경쟁
시장으로 바뀌게 됐다는 것.

결국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최근의 가격인하 경쟁은 한글 윈도95 시판을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생산라인을 신제품으로 바꾸기 직전에 시장성없는 제품을 떨이 처분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가격인하 국면을 이용해 486급과 펜티엄 저급기종을 판매가별로 이뤄지지
않는 제품들을 중심으로 인하폭을 넓혀 전체적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따라 가격인하 경쟁과 함께 애프터서비스등 서비스 경쟁이 병행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요컨대 pc업체간 치열한 가격인하 경쟁은 상위 2~3개 기업만이 살아남아
전면적 판도재편을 잉태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승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