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은 안전한가"

덕산그룹부도사태는 개인들도 금융기관을 신중하게 골라서 거래해야 한다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도는 막아야한다며 지원책을 마련하기는 했으나
금융기관체질개선과 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부실금융기관을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게 제기됐었다.

외국처럼 금융기관도 망해 예금자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못하는 시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도 기업처럼 믿을만한 은행을 골라 주거래은행하나쯤은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단골고객을 만들기위해 주거래은행의 개념을 도입,
이용자에게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오랫동안 많은 금액을 예금하는 것은 물론 급여이체 신용카드사용 아파트
관리비 전화료 보험료등의 자동이체등을 한 은행으로 몰아서 거래하면 대출
한도나 금리면에서 유리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예를들어 조흥은행은 거래실적에 따라 1,000만원까지 자동대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거래실적은 보통예금이나 자유저축예금등의 유동성예금실적, 급여및 연금
이체실적, 신용카드이용실적, 지로자동이체실적등 4가지로 분류된다.

매월 100만원가량의 월급여를 이체하고 자유저축예금등의 잔고가 6개월간
평균 100만원, 6개월간 신용카드이용실적 50만원, 6개월간 지로자동이체
실적이 5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1,000만원까지 쉽게 대출받을수 있다.

이은행 저은행으로 나누어 거래할 경우 은행직원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 무담보로 신용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주거래제도를 이용할 경우
은행문턱이 한결 낮아지는 것이다.

은행마다 실적을 평가하는 기준이나 대출한도등에 차이가 있으나 다른
시중은행들도 대부분 주거래고객에 대해 이와 비슷한 우대혜택을 주고 있다.

아직도 시중은행들의 고압적인 태도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데다 일반인들
의 인식도 부족해 주거래은행제도가 활성화됐다고는 볼수 없다.

예로 든 조흥은행의 경우 개인신용평점을 매겨 대출금리를 연10%까지 낮춰
줄수 있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80~90%가 1년 가계대출금리인 연12.5%를 그대로
적용받을 정도로 대출금리할인은 드물다.

그러나 후발은행을 중심으로 속속 주거래고객에 대한 우대를 확대하고
있어 주거래제도는 꾸준히 확산되는 추세다.

보람은행의 경우 가족들을 묶어 실적을 매기는 방법을 도입했다.

본인은 물론 배우자 부모 자녀등 최고20명 99개 계좌까지 연결해 지난
1년간의 공헌이익을 산출한뒤 5단계로 나누어 대출한도와 대출금리에 차별을
두고 있다.

거래실적이 없는 가족에게도 대출이 된다.

최우량고객인 VIP고객은 거래실적에 따라 최고 1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이율도 일반대출이율보다 2.5%포인트 낮은 연10.25%가 적용된다.

보람은행측은 전체 개인고객 55만명중 15.5%인 8만5천명가량이 이같은
주거래고객제도(BBR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택은행도 가족구성원실적을 포함해서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해 주는데
주택자금으로 최고 2천5백만원을 대출하는 특징이 있다.

보통예금 저축예금 자유저축예금으로 최근6개월 평균잔액이 8백만원이상
이면 1년이상 거래한 경우 1,500만원 2년이상 2,000만원 3년이상 2,500만원
까지의 주택자금을 가족구성원에게 빌려준다.

동화은행은 고객평가의 기준이 복잡해 개인들이 자신이 받을수 있는 혜택을
잘 모른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거래규모는 상관없이 계좌개설건수 자동
이체계약건수등으로 점수를 매겨 10점당 대출금리를 0.1%포인트씩 낮춰주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모든 거래를 동화은행을 통해서 할경우 가계대출금리(연12.75%)보다 최고
1.5%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수 있다.

또 전화료 아파트관리비 공과금등을 1건 자동납부하면 100만원, 2건은
200만원까지 즉시 자동대출받을수 있다.

부금이나 적금거래를 포함해서 3건이면 300만원까지 즉시자동대출이
가능하다.

이밖에 하나은행이 종합적인 주거래은행제도를 개발하고 있고 조흥은행도
기존의 주거래제도를 보완해서 내놓는다는 계획으로 준비중이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