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노부가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이자 두사람은 한결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마쓰다이라는 자기도 역시 약간 웃음을 띠며 입을 열었다.

"각하,좋은 기별을 가지고 찾아뵙게 되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지가 못해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그럼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요?"
"말씀 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만,며칠전 회의에서 각하께 어명의 이행을
독촉하기로 결의가 되었지요. 그래서 우리 두사람이 또 이렇게 각하를
찾아왔습니다" "음-"
요시노부는 약간 곤혹스러운 표정을 떠올리며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번쩍 눈을 뜨고 좀 뻣뻣한 그런 어조로
말했다.

"납지는 할수가 없소. 납지를 하게 되면 우리 도쿠가와 가문은 멸망하는거
아니요. 어째 내가 가문의 멸망을 자초하겠소. 안 그렇소?" "그렇기는
합니다만. 어명이 내려졌는데."
마쓰다이라는 들릴듯 말듯 말했다.

그러자 요시가스가 입을 열었다.

"각하,어명을 정면으로 거절한다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못됩니다.
각하께서 납지를 이행하시면 틀림없이 신정권에 참여를 하시게 될겁니다.
아마 모든 중신들이 찬성을 하리라 생각됩니다. 이와쿠라를 비롯한 몇몇
강경파도 그때는 반대할 명분이 없으니까요" "납지를 하고나면 설령
신정권에 참여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허수아비와 다름이 없어요. 자기의
영지와 군사 그리고 백성을 거느리지 못한 사람이 정권에 참여를 한다고
해서 그게 오래가겠소?"
그말에 두사람은 뭐라고 얼른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잠시 실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른 다음 마쓰다이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아직 어떻게 할지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소. 가까운 시일내에 우리 중신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앞으로의 방책을
강구해 볼까 하오. 다만 이자리에서 분명히 말할수 있는것은 납지만은
거부한다는 사실이오. 그건 내가 살아있는 동안은 절대로 안되니 그쯤
아시오"
요시노부의 어조는 단호했다.

"그렇다면 전쟁도 불사하시겠다는 것이군요" "나는 전쟁을 원하지 않소.
그러나 납지를 강요하기 위해 그쪽에서 무력을 사용하면 도리없지요. 나도
무력으로 대응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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