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은 종합주가지수가 연중최고치(777.25)를 경신한 지난9일이후
조정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의 조정기류를 여러 각도에서
포착해보면 주가가 대세하락기를 걸어온 지난90년이후 경험해왔던
반락장세와 상이한 모습을 발견할수 있다.

과거 대세하락기에서 주가가 단기반등한다음 고개를 숙이면 십중팔구는
바로 무기력한 침체장세로 빠져들었다. 투자자들도 재빨리 대기자금을
거두어들이고 동면상태에 들어간다. 자연히 업종 구분없이 큰 폭의
하락조정이 이뤄지고 시장의 자율반등만 기다리는게 상책이라는 전망이
팽배했었다.

이번 조정장세의 색깔은 이와 무척 다르다.

종합주가지수상으로 하락세가 뚜렷했었던 지난주 제약주는 증시사상
최고주가를 경신하는데 바빴다. 새로운 대형호재가 출현한 것도 아니었다.

시장 전체로 지난22일까지의 10일동안 상승종목수가 평균 4백개에 달했다.
보통 하룻동안 거래가 형성되는 종목이 8백~9백개정도인 점을 감안할때
4백개의 상승종목수는 투자자들의 "체감조정지수"를 반감해주기에 충분한
숫자이다.

금주초인 21일에는 단자주가 전종목이 뛰어 오르는등 강한 순환매를 탔다.
종금사 전환에따라 증자가 기대된다는것과 같은 고리타분한 재료가
먹혀들정도로 주식시장의 매수기반이 양호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어
22일에는 증권주가상승탄력을 받았다.

비록 종합주가지수는 슬금슬금 후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있지만 국지적인
반발매수세는 아주 매서운 장세가 이어지고있다.

증권전문가들은 조정국면에서 쉽게 연출되는 이른바 종목장세가 예상외로
강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순환매가 빠른 속도로 일어난면서 주식시장이
조정장세에 놓여있는지를 의심케할만큼 광범위한 종목장세가 펼쳐지는
근원을 고객예탁금에서 찾고있다.

고객예탁금이 3조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일반투자자들의 주식시장참여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반증한다는 설명이다.

오는 6월말의 반기결산을 앞두고 특히 12월결산 금융기관인 은행들이
유가증권매매이익을 실현하기위해 매도에 치중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들도 살만한 가치가 있는 종목들은 상당수 외국인매입한도가
차버렸다는 이유로 매수강도를 낮추는등 고객예탁금 감소요인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예탁금수위는 3조원이상을 유지,발빠른 순환매를
일으키는 에너지원이 되고있다.

또한 시기적으로 12월결산법인의 상반기영업실적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종목장세의 열기를 더해주는 역할을 하고있다. 주식시장의
"만병통치약"인 실적호전이라는 재료를 붙이기가 용이한 시기라는 뜻이다.

그렇지만 실적호전이라는 재료가 먹혀들기 위해선 일반투자자들이 시장에
대거 모여있어야 한다.

증권전문가들은 이와관련해 일반투자자들이 대부분 기대이상의
투자수익률을 내지못한 경우가 많아 조정기미가 완연한 주식시장에
연연하는 것으로 진단을 내리고있다.

주가가 연중최고치를 경신했던 지난9일이전까지의 주가급상승은
3월말부터이지만 일반투자자들의 시장참여는 종합주가지수가 750선을
넘기시작한 지난달말부터 본격화됐다.

또 그때부터 상승세가 3일이상 뻗어나가는 종목을 찾기 힘들다는 불평이
나올정도로 종목간 순한매가 속도감있게 진행됐다.

대신증권의 김대송상무는 "일반투자자들의 매수의욕은 강한편이지만
시장의 주도주부재로인해 매수세가 분산되는 바람에 위력이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증권전문가들은 지난3월말부터 수출관련 대형제조주 금융주 저가주
저PER(주가수익비율)주에 이르기까지 순환매가 크게 돌았고 1만원짜리
주식(관리종목제외)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상태에서 쉽사리 주도주가
나오기 힘들다는 전망이다.

따라서 기술적 분석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과거처럼 주가가 한차례 출렁
내려앉아야만 주도주가 새로 탄생하면서 강한 재반등을 시도할수
있을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치는 실정이다.

이에반해 기업의 내재가치를 중시하는 분석가들은 실물경기호전 기대감이
시장저변에 깔려있는한 주도주를 잉태하는 "조정장세"도 옛날의 모습과는
전혀 다를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