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남덕우 씨에 이어 유창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도 정부의 경제
정책 운용과 법의 집행방식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나와 정부와
재계간의 첨예한 대립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유 전경련회장은 14일 전경련 제31회 총회에서 최창락 부회장이 대신
읽은 개회사를 통해 "자유시장제도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과 규제는
시장경제의 활력과 적응능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므로 각종 규제와 절차가
완화, 개폐돼야 한다"고 지적 하고 "거대한 정부가 아니라 효율 높은
정부가 되어 불요불급한 재정지출을 억제, 기업의 투자환경을 개선해가는
현명함을 보여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유회장은 또 직접적인 경제문제를 떠난 전반적인 법질서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 "법과 질서는 엄정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집행으로 사회 능률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회장은 그밖에도 개회사의 상당부분을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과
개선요구 부문에 할애, 정부가 경제전망에 대한 국민의 신뢰감을 되찾는
데 힘쓰면서 정책발안과 추진에 일관성을 가져줄 것과 현존하는 각종
부조리를 없애나가는 일에도 적극 대처해 주도록 요청했다.
그는 우선적인 경제정책으로 고금리를 내려 선진국 수준으로 접근시키고
왜곡된 자금의 흐름을 바로 잡아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대책을
제시했다.
유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 정치권에
들어서기 전인 지난해말 이후부터 줄곧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해왔고
이어 지난 12일에는 남덕우 전총리가 경영자총협회가 주최한 경영자
연찬회에서 "정치 간섭이 경제의 걸림돌 이 되고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데 바로 뒤이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재계 원로들의 대정부 포문은 과거처럼 지엽적인 경제정책에 대한
대정부 건의가 아니라 경제정책 전반과 함께 사회, 정치적인 문제까지
함께 거론하면서 시기적으로도 각종 선거를 앞두고 일제히 터져나오고
있어 정부를 더욱 곤혹스럽게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정주영씨와 비교적 친분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유창순씨 등에 의해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정도로 강도 높은
대정부 비판이 나오고 있는 점에 주목, 정부의 대응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