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김태한이 4일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성악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열린 결선 무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바리톤 김태한이 4일 세계 3대 음악 콩쿠르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성악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 2일 열린 결선 무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성악가 김태한(23·바리톤)이 4일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이 경연대회에서 아시아권 남성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콩쿠르에서 피아노(임윤찬·밴클라이번) 바이올린(양인모·시벨리우스) 첼로(최하영·퀸 엘리자베스) 등 악기 부문을 휩쓸며 구축한 ‘K클래식’의 영향력이 남자 성악 분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벨기에 왕가가 주관하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지난 1~3일 결선에 오른 12명의 성악가를 대상으로 경연한 결과를 이날 발표했다. 결선에 진출한 한국인 세 명 중 정인호(32·베이스)는 5위에 올랐고, 권경민(31·바리톤)은 입상하지 못했다.

클래식 음악계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첼로 등 네 개 부문을 대상으로 매년 번갈아가며 콩쿠르를 연다. 첼로 부문을 심사한 지난해(최하영)에 이어 올해 성악 부문에서도 우승하면서 한국은 명실상부한 ‘클래식 강국’으로 인정받게 됐다.

김태한은 결선에서 알랭 알티놀뤼가 지휘하는 라모네 교향악단과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의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불렀다. 심사에 참여한 소프라노 조수미는 “(김태한이) 어린 나이에도 진정성 있게 노래한 게 심사위원들에게 큰 감동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김영미 교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 2만5000유로(약 3500만원)와 함께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다.

김태한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무대를 즐기고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오페라 가수가 되는 게 목표”라며 “오는 9월부터 ‘영 아티스트’로 활동하기로 한 베를린국립오페라극장에서 단역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다은/김수현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