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GS25 편의점의 커피 부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GS25 편의점의 커피 부스. 사진=연합뉴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단돈 60원, 제육볶음 도시락은 350원….

최근 편의점에 등장한 초저가 상품들 할인율은 무려 80~90%에 달한다. 대부분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촉과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지 않는 점을 활용해 가격을 대폭 낮췄다. 경기 침체로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먹거리 상품을 찾는 점을 노린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다음달 한 달간 정가 2000원 안팎인 아메리카노(L사이즈) 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한다. GS25 원두커피 PB 상품인 카페25 제품으로 시간별 할인과 구독 쿠폰, 통신사 제휴 등을 적용하면 가격이 60원까지 낮아진다는 설명이다.

최근 GS25는 초저가 상품들을 출시하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노리고 있다. GS25는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정가 4500∼4900원인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 두 종을 350∼470원대 가격에 팔았다. 3만개 한정 판매 상품이었는데 첫 번째 할인 때는 40분 만에 완판됐으며 두 번째, 세 번째 할인했을 때도 오전 중에 준비 물량이 동 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서울시내 한 GS25 편의점. 사진=한경DB
서울시내 한 GS25 편의점. 사진=한경DB
업계 관계자는 “초저가 이벤트로 소비자 유인 효과를 많이 봤다”며 “편의점을 다시 찾게 했으며 미끼 상품 역할도 해 매출 상승으로도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GS25가 지난 2월부터 다양한 할인 행사를 적용했던 히트 상품 ‘김혜자 도시락’의 경우 연관 상품 구매가 늘어나는 효과를 냈다. 구매자들이 도시락과 별개로 개인당 2360원(GS25 앱 회원 기준)의 추가 매출을 냈다. 도시락을 사면서 라면이나 음료수, 술을 함께 샀다는 것이다.

경쟁사 CU도 가세해 편의점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CU는 이달 자체 즉석 원두커피 브랜드 '겟(GET) 커피'의 아이스 아메리카노(XL사이즈) 한잔을 2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원래 가격은 2000원인데 구독 할인과 통신사 할인, 행사 카드 결제 할인까지 중복 제공해 가격을 10분의 1로 낮췄다.

원두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는 커피 전문점들 행보와는 정반대다. CU는 전통주를 즐기는 젊은층 트렌드를 공략하기 위해 이달 초 1000원짜리 PB 막걸리(750mL)를 출시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고객이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경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락, 커피와 같은 핵심 상품을 싸게 팔면 타깃 고객층 확장과 매출 증대,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어서다.

특히 평소 편의점 이용률이 높고 단돈 몇 백원이라도 아끼려는 2030 젊은층 소비자들 사이에서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의점 회사들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낮은 가격'만큼 매력적 마케팅 수단은 없다는 판단이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요즘엔 거지방, 짠물소비, 무지출 챌린지 같이 소비를 줄이는 행위가 2030들 관심사”라며 “단돈 100원이라도 아낄 수 있는 상품이 있다면 화제가 된다”고 귀띔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