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수원KS세계시낭독회에 참가한 이탈리아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 등 국내외 시인들이 어린이 창작시 낭독대회 입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문화도시포럼 제공
제4회 수원KS세계시낭독회에 참가한 이탈리아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 등 국내외 시인들이 어린이 창작시 낭독대회 입상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문화도시포럼 제공
제4회 수원KS세계시낭독회에 참석한 시인들.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도노와 라우라 가라바글리아, 헝가리의 아틸라 발라즈와 잘란 티보르, 한국의 최동호 시인.
제4회 수원KS세계시낭독회에 참석한 시인들. 왼쪽부터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도노와 라우라 가라바글리아, 헝가리의 아틸라 발라즈와 잘란 티보르, 한국의 최동호 시인.
국내외 시인 14명이 참가한 제4회 수원KS 세계시축제가 지난 11일 오후 6시 수원 광교호수공원 마당극장에서 열렸다.

수원문화도시포럼(대표 박래헌)이 주최한 이 축제에는 이탈리아의 대표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Laura Garavaglia, Italy)와 스테파노 도노(Stefano Donno, Italy), 헝가리의 계관시인 잘란 티보르(Zalan Tibor, Hungary)와 아틸라 발라즈(Attila Balazs, Hungary) 등 유럽 시인 4명이 참석했다.

국내에서는 2019년부터 이 행사를 이끌어 온 최동호 시인을 비롯해 이근배 최금녀 정명희 김추인 정수자 김왕노 서영택 김구슬 고두현 시인이 참가했다. 영문학자인 김구슬 시인은 해외 시인들의 섭외⸱초청과 번역⸱통역까지 맡았다.

2019년 첫 행사에도 참가했던 라우라 가라바글리아 시인은 ‘수원은 스완(swan⸱백조)과 소리가 같다./ 왕들의 도시/ 성벽으로 둘러싸인/ 고대의 요새’, ‘수원은 한 줄기 빛/ 활이 화살을 쏜다/ 재빠르고 힘센 시어들이/ 명중한다’는 표현으로 공감을 얻으며 ‘올해의 최고시인상(2022 Best Poet of the Year)’을 수상했다.

이탈리아 ‘코모 시의 집(La Casa della Poesia di Como)’ 창립회장이자 유럽시축제(Europa in versi) 대회장인 그는 수상소감에서 세계문화유산인 성곽의 아름다움과 한국 활쏘기의 의미를 접목하며 “전쟁과 폭력의 고통 속에서도 시는 우리와 세계를 잇는 화음”이라고 말했다.

헝가리 시인 아틸라 발라즈는 ‘카누를 흔드는/ 이 호수에는/ 호숫가가 없는 것 같아/ 미친 생각이지./ 물은 흘러갈 거야/ 호숫가가 없는/ 물의 운명은 이런 거지’로 시작하는 시 ‘물(Vizek)’을 배우처럼 멋진 모습으로 낭독했다.

헝가리 계관시인인 잘란 티보르는 ‘우크라이나(Ukrajna)’라는 시에서 ‘그는 세상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고/ 그는 걱정이 된다/ 그는 침묵을 지키지만 침묵은 그의 내면을 파고들어/ 피 흘리는 돌들이 그의 꿈에 나타났다’며 최근의 전쟁 상황을 꿈에 비유했다.

이탈리아 시인 스테파노 도노는 철학자답게 단테의 신곡을 패러디한 시 ‘천국–인공 지능(Paradiso–Artificial Intelligence)’을 낭독했다. 디지털 사진작가이기도 한 그는 ‘양자 비약 사이에서 나는 신의 부름을 기다린다’는 구절을 통해 인공지능(AI)과 인간 본성의 관계를 살폈다.

이에 한국 시인들은 ‘금강산은 길을 묻지 않는다’(이근배), ‘도라산역’(최금녀), ‘자연이란 이름으로’(김추인),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면’(김왕노), ‘햇살 신발’(서영택), ‘잃어버린 골목길’(김구슬), ‘늦게 온 소포’(고두현) 등으로 화답했다. 최동호 시인의 ‘수원 남문 언덕’은 바리톤 송기창이 가곡으로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국내외 시인들은 어린이 창작시낭독회를 함께 열고 입상자들에게 ‘어린이 명예시인 인증서’를 수여했다. 시낭송가 강미란의 낭송과 해금 연주자 이승미의 축하공연도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왼쪽부터 올해의 시인상을 받은 이탈리아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Laura Garavaglia),헝가리 시인 아틸라 발라즈(Attila Balazs),이탈리아 시인 스테파노 도노(Stefano-Donno),헝가리 시인 잘란 티보르(Zalan Tibor).
왼쪽부터 올해의 시인상을 받은 이탈리아 시인 라우라 가라바글리아(Laura Garavaglia),헝가리 시인 아틸라 발라즈(Attila Balazs),이탈리아 시인 스테파노 도노(Stefano-Donno),헝가리 시인 잘란 티보르(Zalan Tib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