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자경이 이끄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최나경과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지난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여자경이 이끄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이 최나경과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한국을 이끄는 음악가 시리즈’ 다섯 번째 공연이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올해 개최한 다섯 번의 공연 중 가장 안정적이면서도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줬다.

이번 공연에선 지휘자 여자경과 플루티스트 최나경이 함께했다. 여자경은 자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로부터 최상의 소리를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는 지휘자다. 오스트리아에 거주하는 최나경은 유럽에서 정상급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첫 연주곡인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은 플루트란 악기에서 최상의 가능성을 끌어낸 작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후 플루트는 고음 위주로 개량됐다. 그래서 요즘 나온 플루트로 이 작품을 연주하려면 저음을 내는 데 어려움이 뒤따른다. 길게 이어지는 선율을 표현하기 위한 노련한 강약 조절도 필요하다.

최나경은 이 작품의 모든 음역에 걸쳐 충분한 음량을 만들어내며 모차르트가 상상한 음악 세계에 다가갔다. 2악장에서 연속되는 선율을 나눠 연주하는 프레이징이 다소 단조로웠지만, 플루트의 감성적인 음색으로 충분히 만회했다. 오케스트라도 절제된 표현으로 플루트 독주와 균형을 맞췄다. 특히 오보에, 바순, 호른은 관현악 음향에 아름다운 색을 입혔다.

이어지는 비에니아프스키의 ‘화려한 폴로네이즈 2번’은 본래 바이올린이 독주 파트를 연주하는 곡이다. 이 작품을 플루트로 연주하려면 호흡을 위해 악구(프레이즈)를 수정해야 한다. 또 편곡을 통해 플루트의 특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나경은 긴박하게 연결되는 극한의 음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연주하면서도 플루트의 음역을 오케스트라와 효과적으로 구분해 입체적인 음향을 들려줬다. 그렇게 감탄을 넘어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최나경은 앙코르로 연주한 마티외-앙드레 라이헤르트의 곡들을 통해 청중에게 최상의 플루트 기교로 구사할 수 있는 어휘를 들려주기도 했다.

후반부에 연주된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에는 작곡가가 21세에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받은 감흥이 담겨 있다. 태양이 작열하는 풍경, 엄숙한 종교 행렬, 민속춤 등이 그에게 영감을 줬다. 이 덕분에 이 작품은 다채로운 음악적 표현과 폭넓게 움직이는 강약 변화를 통해 빠르게 변주된다. 그래서 어수선하게 들릴 수도 있다.

여자경은 구조적인 정돈과 극적인 시나리오 구축을 통해 이 문제를 풀었다. 청중을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가장 큰 요인이다. 한경아르떼필하모닉은 1악장에서는 도약이 크고 빠른 현악 선율을 자신감 있게 연주해 음악에 담긴 다양한 표정을 드러냈다.

2악장에서는 강약을 섬세하게 조절해 서정적인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3악장은 각 파트의 특징이 명확하게 대비됐고, 4악장에서는 급하게 움직이는 리듬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연주했다.

특히 목관 파트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목관악기는 현악기와 달리 각각의 음색과 음량이 달라 조화를 이루는 게 쉽지 않다. ‘이탈리아’ 연주에서는 오보에,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등이 어우러지며 마치 새로운 악기가 만들어진 듯했다. 호른도 3악장 트리오 부분 등에서 음악이라는 환상을 보다 더 이상적으로 다듬었다. 그렇게 한경필은 폭넓은 표현력을 보여줬다. 벌써부터 한경필의 다음달 22일 공연(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 등)이 기다려진다.

송주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