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자들이 만든 '갈등시대'
2021년 런던 킹스칼리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중에는 진보와 보수 성향 사이에 상당한 정도의 갈등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조사 대상 28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이 격해지면 사람들은 서로를 우리 편과 상대편으로 나누는 진영논리에 사로잡히고, ‘싸우기 위해 싸우는’ 고도 갈등 상황에 도달하게 된다. 전혀 사실과 다른 망상을 기준으로 상대편을 바라보고 공격한다. <극한 갈등>은 타임지 기자 출신인 저자가 가족 내 다툼 같은 개인적 갈등부터 빈부격차와 노사문제, 성 갈등 등 사회적 갈등까지 다양한 사례를 다루며 현대사회의 문제가 돼버린 갈등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왜 그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승자 없는 싸움을 반복하는가’란 질문을 제기한다. 그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세계를 돌아다니며 극심한 갈등에서 빠져나온 현실 속 영웅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마크 라이너스는 극단적인 유전자 변형작물(GMO) 반대론자였다. GMO 작물은 세계적인 유전자 실험이고, 모든 인간을 변형시키고 자연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믿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과학적 증거를 샅샅이 뒤졌지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GMO는 오히려 특정 상황에서 환경에 유익하고 고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해충에 내성이 있어 살충제 사용량을 30%나 줄였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하고 이후 더 세련되고 정확한 방향으로 환경운동을 해 나갔다.

저자는 갈등에는 예외 없이 거짓으로 꾸며낸 단순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단순성에 사로잡히면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 외에는 귀를 닫을 수밖에 없다. ‘복잡한 이야기’를 터놓고 이야기함으로써 진실에 대한 호기심을 촉발해야 한다고 전한다. 호기심을 가지면 새로운 정보에 마음을 열고 남의 말을 경청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