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위기속 기회 잡은 리더…리스크 관점이 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어떤 기업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고, 또 다른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을까. 같은 걸 겪었는데 왜 누군가는 위기로 생각했고, 다른 누군가는 기회로 여겼을까. 답은 리스크를 보는 ‘관점’에 있다고 《리스크 프레임》은 설명한다. 보기에 따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리스크가 있는가 하면, 그야말로 ‘커다란 위험’ 자체인 리스크가 있다는 얘기다.

예측 가능한 위기를 뜻하는 ‘회색 코뿔소’란 개념으로 반향을 일으킨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소장이 썼다. 개인과 기업이 변화의 충격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풀어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비즈니스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관점’은 타고난 성격이나 자라온 환경, 경험 등 다양한 요소에 의해 결정되고 변화한다. 부커 소장은 각 요소가 개인과 사회, 기업의 고유한 특성을 나타낸다며 이를 ‘리스크 지문’이라 지칭한다.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하고 행동하느냐가 곧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 리스크 지문을 파악할 때 내가 누구인지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타인과 조직, 문화마다 다른 관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공감하면 어떤 갈등과 위험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관련된 여러 사례가 나온다. 인종 차별을 딛고 독보적 자리에 오른 디자이너, 전장에 뛰어든 기자 등 위기 속에서 기회를 잡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읽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준다.

무엇을 얼마나 위험하게 생각하는가는 신념, 가치관 등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은 물론 유전적인 요인도 리스크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이처럼 경제학·심리학·생물학을 넘나들며 위험과 관련된 인간의 행동 원리를 풀어낸 저자의 접근법은 신선하고 유익하다. 복잡한 세상에서 현명한 선택을 하고 싶은 이들은 이 책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