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하다 보면 속상한 날이 많다. 뜻대로 안 될 때가 있어서다. 어딘가 불편한 부분을 발견하면 욕심도 생긴다. 1년 이상 수련하면 그런 생각은 점점 사라진다. 어딘가 몸이 좋지 않은 상태인 것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오늘 내 몸을 잘 돌봐줬다는 기특한 생각이 떠오르게 되니까. 어쩌다 한번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시원해 날아갈 것 같은 날도 있다. 무엇보다 요가가 좋은 건 그렇게 어제와 달라진 나의 몸과 마음을 의식하는 순간이다. 몸을 뻗고, 웅크리고, 비틀고, 뒤로 젖히고, 들어 올리는 동작들을 하다 보면 몸은 단단해지고 마음은 넓어지는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인도 신화에서 유래한 요가의 기본 자세에는 동물과 자연 형상을 닮은 이름이 많다. ‘전사 자세’ ‘고양이 자세’ ‘개 자세’ ‘독수리 자세’ ‘산 자세’ ‘나무 자세’ 등이다. 누구나 머릿속에 금방 이미지를 그릴 수 있는 이름이라 상상하며 동작을 익혀가는 재미가 있다.
다리 아플땐 개…어깨 통증땐 캣

똑바로 앉고, 똑바로 서기

‘아사나(asana)’는 요가 자세를 뜻한다. 산스크리트어 원어로 말할 때 낯설긴 하지만, 대부분의 동작 뒤에 아사나가 붙는다. 요가 수련에서 항상 시작은 5분의 명상으로, 끝은 5분의 송장 자세(사바아사나)로 이뤄진다. ‘영원한 잠’에 이르는 송장 자세는 완전한 이완을 이야기하는 자세다. 요가를 하다 보면 가장 쉬워 보이는 기본 동작에서 멈춰 있는 것과 버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새삼 깨닫는다. 막대기 자세(사마스티티)는 두 발을 모으고 정수리를 하늘로 곧게 끌어 올린 채 두 팔을 가볍게 몸 옆으로 두는 자세다. 턱은 과하지 않게 당기고, 어깨는 정면을 향해 똑바로 서는 것. 생각보다 이 자세로 오래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연꽃 자세(파드마 아사나)도 그렇다. 가부좌 자세로 양발을 허벅지 위에 올린 채 두 손을 다리 위에 놓고 앉는 이 자세는 골반이 뭉쳐 있으면 허리나 어깨가 굽거나 무릎의 좌우 대칭이 맞지 않아 힘든 동작이다.

다리 아플 땐 개, 어깨 통증엔 고양이처럼

요가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자세는 아래로 향한 개 자세(다운독)다. 몸의 뒷면 전반을 이완시켜주는데, 유독 종아리가 땅기거나 어깨가 아픈 날 효과가 좋다. 무릎을 대고 무릎과 발등을 골반 너비로 벌린 뒤 양손을 어깨너비로 바닥을 짚고 손가락을 넓게 벌려 연다. 발끝을 세워 무릎을 들어 올리며 엉덩뼈와 발뒤꿈치를 높이 들었다 바닥에 누른 뒤 목 긴장을 풀어 발가락을 내려다보는 자세다.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굽힌 뒤 반대쪽 다리 방향으로 여는 전갈 자세(스콜피온)로 연결해도 좋다.

위로 향한 개 자세(업독)는 다운독과 연결 동작으로 엎드린 자세에서 엉덩이의 근력과 척추의 유연성을 이용해 얼굴과 가슴을 들어 올리는 모양이다. 팔을 완전히 펴면 업독, 팔을 살짝 구부려 몸을 뒤로 젖히면 코브라 자세(부장가아사나)가 된다.

엎드린 채 무릎을 직각으로 세우고 가슴과 턱을 바닥에 늘어뜨리는 고양이 자세는 개 자세와 함께 척추와 전신을 스트레칭하는 데 좋은 자세다.

서서 하는 삼각 자세와 전사 자세

서서 하는 요가 중엔 삼각 자세와 전사 자세가 대표적이다. 다리 근육과 코어의 힘을 쓰는 법을 터득하게 되는 자세다. 삼각 자세(트리코나아사나)는 발과 발을 골반의 두 배 너비로 벌리고 왼발은 바깥으로 90도, 오른발은 안으로 60도 정도 틀어 골반은 정면을 본다. 숨을 마시며 양팔을 수평으로 뻗고 내쉬는 숨에 손을 왼쪽으로 기울여 왼손으로 다리를 짚고 오른손을 천장을 향해 뻗는다. 고개를 돌려 오른손 끝을 보면서 골반의 정렬을 유지한 채로 팔을 더 내려본다.

전사 자세는 위의 자세에서 앞쪽 무릎을 굽히고 굽힌 방향으로 팔을 뻗거나, 양팔을 하늘 위로 쭉 뻗어 올리는 자세다. 몸에 기운을 북돋는 데 좋다. 누운 자세에서 두 발을 머리 뒤로 넘기는 쟁기 자세(할라)는 어깨가 무거운 날 자기 전에 하기 좋은 요가다. 이 자세에서 팔을 깍지 껴 펴보거나 다리를 수직으로 들어 올려 어깨서기를 하면 코어 근육은 물론 전신 순환에 도움이 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