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병언 기자
사진=김병언 기자
파란 하늘 아래 붉은 코트, 태양 아래 놓인 형광빛 공들이 유난히 반짝인다. 입고 있던 화이트 플리츠 스커트가 봄바람에 살랑살랑 흩날렸다. 지난 몇 년간 이렇게 널찍한 공간을 홀로 점유해본 적이 있던가. 라켓 한번 잡아본 적 없는 초보임에도 코트 위에 서자 ‘자유’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테니스는 코로나19 이후 골프와 함께 재조명받고 있는 운동이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선풍적인 지지를 받으며 가장 트렌디한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인스타그램에 테니스 초보와 관련한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23만4000개의 게시물이 뜰 정도. 어떤 매력이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이를 홀렸을까. 지난 11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의 실외 코트에서 레슨을 받아봤다.

짜릿한 ‘손맛’…운동 효과는 덤

레슨에선 기본적인 그립(라켓을 쥐는 동작)부터 배웠다. 발을 어깨보다 조금 넓게 벌리고, 라켓의 이음새 부분은 왼손으로 받치고 그립 아래쪽은 오른손을 얹어주듯 감아쥐었다. 초보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웨스턴 그립’이다. 다음 스텝은 공이 몸의 오른쪽에 있을 때 정면을 향해 치는 ‘포핸드 스트로크’다. 우측으로 몸을 틀고 라켓을 뒤로 빼는 ‘테이크백’을 거쳐 공을 향해 휘두르면 된다. 손목의 각도를 유지한 채 여유 있게 스텝을 밟으며 쳐내는 게 쉽지 않다. 라켓을 왼쪽 어깨 너머까지 넘긴 뒤 왼팔로 잡아 ‘피니시’를 해줘야 멋진 마무리가 된다.

다음은 서브. 왼손으로 공을 허공에 던진 뒤 인사를 하듯 몸을 굽히며 오른손에 쥔 라켓을 강하게 수직으로 내던졌다. 괴성을 지르며 시원하게 서브를 넣던 마리야 샤라포바를 따라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소리를 낼 틈도 없다. 서브와 기본 스트로크를 30분 정도 반복하며 코트 위를 뛰어다니니 온몸에 땀방울이 맺히고, 근육엔 뻐근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이창근 코치는 “과거엔 기본기부터 천천히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젊은 층의 참여가 늘면서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비교적 빠른 템포로 가르친다”고 했다.

단 현실은 이상과는 달랐다. 레슨 후 초심자들 간 미니 게임을 시도해 봤지만 ‘랠리’는 요원했다. 공을 쳐내더라도 라인 안쪽으로 정확히 떨어뜨리기가 어렵다. 담장 밖으로 ‘홈런’이 되기도 했다. 이 코치는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밸런스(균형)’”라고 했다. 힘과 스피드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근육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짧은 시간이었지만 운동 효과도 상당했다. 성인 기준 30분간 대략 400㎉가 소모된다.

바닥 환기되는 고급 코트도 인기

테니스 열풍에 힘입어 고급 코트의 인기도 높아졌다. 최태원 SK 회장이 즐겨 찾는 곳으로 유명한 그랜드워커힐서울이 대표적이다. 폴리우레탄 소재의 실외 하드코트 2면으로 구성된 워커힐호텔 테니스 코트를 이용하려면 호텔에 투숙하며 사전에 예약하면 된다. 인조잔디 코트를 경험하고 싶다면 서울에서는 그랜드하얏트서울호텔, 경기도에서는 가평 아난티클럽이 제격이다. 두 시설 모두 국제 규격의 실외 인조잔디 코트 3면으로 구성돼 있다.

공공시설로 마련된 테니스코트 중에서는 서울 중구 장충 테니스장을 따라올 곳이 없다. 한남동 등에 거주하는 연예인들이 종종 찾는 것으로도 알려진 장충 테니스장은 실외 8면의 넓은 면적을 갖추고 있다.

귀뚜라미그룹의 크린 테니스 코트는 최근 떠오르는 명품 코트다. 귀뚜라미는 구로 고척동 스카이돔 인근 약 6600㎡(2000평) 부지에 국제 규격을 갖춘 실내 3면, 실외 3면의 총 6면 코트를 2017년 8월 열었다. 이곳의 특징은 ‘바닥 환기’ 시스템이다. 코트 중앙 네트 바닥과 외곽 벽면 바닥에 설치된 공기 흡입구로 바닥 먼지를 신속하게 배출한다. 정소람/김진원 기자

사진=김병언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