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아네트가 사랑한 드보브…국내 초콜릿 마니아 줄 선다
괴테·마리 앙투아네트·프란츠 요제프…. 셋은 초콜릿 애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괴테는 매일 아침 초콜릿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앙투아네트와 오스트리아 황제 요제프는 평생 초콜릿을 달고 살았다. 식물학계에선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의 학명을 ‘테오브로마(신들의 음식)’라 부를 정도로 초콜릿은 미식가의 사랑을 받았다. 유럽 미식가들이 즐기던 초콜릿이 국내에도 속속 등장했다.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어른용 간식’

서울 삼각지역 근처에 있는 ‘카카오봄’은 국내 1세대 쇼콜라티에 고영주 씨가 운영하는 수제 초콜릿숍이다. 2001년부터 벨기에식 수제 초콜릿을 선보여왔다. 초콜릿 속에 다양한 재료를 넣는 프랄린 초콜릿을 판매한다. 밤꿀, 캐러멜 등 크림부터 견과류와 싱글몰트 위스키 등 다양한 재료를 초콜릿에 담는다.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럭셔리 초콜릿도 인기다. 서울 삼성동에 있는 ‘아도르 초콜릿’에선 백도, 청유자, 모과 등 국산 농산물을 초콜릿 속에 넣는다. 물방울을 모방한 초콜릿 형태로도 유명하다. 겉면 색채도 재료로 쓰인 과일의 색을 본떠 ‘보는 재미’도 있다.
앙투아네트가 사랑한 드보브…국내 초콜릿 마니아 줄 선다
취향이 까다로운 초콜릿 애호가들은 ‘빈투바(BeantoBar)’를 찾아간다. 빈투바는 쇼콜라티에가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를 직접 구매해 로스팅하고 완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다. 아프리카, 남미 등 카카오 원산지별로 초콜릿을 비교하며 맛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로스팅마스터즈’는 코스타리카, 마다가스카르 등에서 공수한 카카오빈을 직접 로스팅해 초콜릿을 생산한다. 코스타리카의 50년 묵은 카카오나무에서 수확한 카카오로 빚은 초콜릿인 ‘말레쿠’가 로스팅마스터즈의 대표 제품이다. 2016년 말레쿠를 출품해 ‘2016년 인터내셔널 초콜릿 어워즈’에서 한국 최초로 동상을 받았다. 신기욱 로스팅마스터즈 대표는 “커피처럼 초콜릿도 카카오 원두마다 맛이 다르다”며 “산미가 진한 마다가스카르, 씁쓸한 맛을 내는 중남미 원두 등 여러 종류를 맛볼 수 있는 게 수제 초콜릿숍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각으로 즐기는 해외여행

초콜릿 애호가가 늘어나며 전통을 이어온 해외 초콜릿 브랜드도 속속 국내에 진출했다. 서울에서도 해외 초콜릿을 손쉽게 맛볼 기회가 늘어났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드보브에갈레’는 200년 넘는 역사를 내세운다. 1800년 루이 16세의 약제사였던 슐피츠 드보브가 설립한 초콜릿 업체 브랜드다. 베르사유 궁전 공식 초콜릿으로 지정돼 전 세계 미식가에게 알려졌다. 앙투아네트가 즐겨 먹었던 ‘피스톨 사뵈르’는 동전 크기의 다크초콜릿으로 60%부터 99%까지 카카오 함량별로 골라 먹을 수 있다.

1932년 설립돼 스위스 대표 초콜릿 브랜드로 자리잡은 ‘토이셔’는 ‘어른용 초콜릿’으로도 불린다. 초콜릿 속에 돔페리뇽 샴페인을 넣은 ‘샴페인 트러플’이 인기 제품이다. 서울 삼성동 토이셔 매장에선 매주 스위스에서 초콜릿을 공수해 판매한다. 스위스 쇼콜라티에 루돌프 레더라가 1962년 설립한 ‘레더라’도 초콜릿 애호가에게 인기다. 레더라 가문이 3대에 걸쳐 유지한 수제 초콜릿 레시피로 유명하다. 알프스산 우유를 활용해 트러플, 초콜릿 바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다. 이 중에서 아몬드나 과일을 초콜릿에 섞어 얇은 판처럼 뽑아낸 ‘프레시 초콜릿’이 시그니처 초콜릿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