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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이 크게 오를수록 주식을 팔려는 충동은 강해진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은 합리적인 행위로 보인다.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따져보면 셈법이 다르다. 매입가는 주식 매도를 결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기업의 미래가치와 현재 주가 간의 차이를 따져서 보유와 매도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은 결코 기계처럼 결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동물적 본능과 감정, 습관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습관의 알고리즘》은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 교수가 최신 뇌과학과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습관의 작동 원리를 밝혀내고, 습관이 삶에 끼치는 영향을 상세히 해부한 책이다. 경제활동을 비롯한 인간의 수많은 판단과 행동을 끌어내는 습관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짚어본다.

투자 고수는 '눈앞의 마시멜로'를 탐하지 않는다
인간의 행동 중 많은 부분은 특별히 의식하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이뤄진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한잔을 한다든지, 스마트폰을 켜고 각종 SNS와 뉴스를 확인하는 행동은 일일이 생각하지 않고도 어려움 없이 반복된다. ‘이제 냉장고에서 식탁으로 걸음을 옮겨야겠다’고 의식적으로 생각을 떠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계가 대단히 안정적인 만큼 두뇌가 새로 생기는 일에 집중해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적응한 결과다. 친구들이 어느 날 갑자기 외국어로 말을 걸 리도 없고, 자동차 바퀴가 매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세상에서 두뇌가 상당 부분의 기능을 자동화해 굳이 생각하고 행할 필요를 없앤 것이다. 문을 잠그는 법을 익히고 나면 문을 어떻게 잠가야 하는지 떠올리거나, 과거 문을 잠갔을 때를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습관이 생긴다. 그리고 한번 몸에 밴 습관은 평생토록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듀크대 연구진이 1972~1973년에 태어난 1000명 이상의 아이들을 장기간 연구한 결과, 더 잘 참고 기다리며 짜증을 적게 내는 자제력 높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뒤에도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건강하며 약물이나 알코올 문제에 빠질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자제력이 어린 나이부터 흡연, 학교 중퇴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에 휘말릴 가능성을 줄였기 때문이다.

습관은 많은 부분 ‘동물의 본능’에 기인하는 만큼 왕왕 합리적 경제행위에 걸림돌이 된다. 대뇌변연계가 주관하는 충동과 욕망 같은 ‘동물적 성향’은 태어나자마자 인간의 모든 행동을 통제한다. 반면 합리성과 판단력 같은 ‘인간만의 특징’은 대뇌의 전전두피질이 담당하는데 전전두피질은 아동 중기가 돼야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해 성인이 돼서야 뒤늦게 완성된다.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눈앞의 20달러와 두 달 뒤의 30달러를 선택해야 할 경우, 많은 사람이 경제 이론상 합리적 선택인 ‘지연된 보상’보다는 충동에 따라 ‘즉각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양태를 보인다. 충동을 억누르는 데 약할수록 기분에 좌우되며, 의도한 계획을 끝까지 완수하지 못하며,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다시 가계소득 저하로 이어진다.

특히 결핍이 많을수록 즉각적인 욕구를 채우는 데 치중하고 미래를 담보로 잡으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가난한 계층에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뒷순위로 돌리고, 고금리의 소액단기 대출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동을 설계하고 제약하는 습관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선 습관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습관은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목표지향적 행동에 가까울 경우가 많다. 약물을 추구하는 욕망이 중독으로 이어진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많은 경우, 목표지향적 행동으로 시작된 습관은 처음 계기인 목표에서 분리돼 독자적인 행동으로 자리 잡는다. 저자는 목적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반복되는 행동을 중단시켜야만 습관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습관을 바꾸는 게 어렵다면 처음부터 ‘좋은 방향’으로 습관을 세팅하는 것도 해법이 될 수 있다.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같은 ‘좋은 습관’을 들인 이들은 굳이 생각할 필요 없이 자동으로 술·담배를 적게 하고 기름진 음식을 줄일 줄 아는 ‘자제력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여러 조언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힘들 것”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이런 뚜렷한 한계에도 나를 옭아매고 제한하는 습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책이 지닌 의의가 적지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