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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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이행해야 하는 병역의 의무. 하지만 군대 내부의 생활은 경험한 사람들만 아는 그들만의 이야기였다. 군대를 경험한 사람들은 밤이 새도록 군대 얘기만 할 수 있지만, 군대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가장 듣기 싫은 이야기 소재가 군대 얘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D.P.'는 누구나 알지만, 누구는 몰랐던 군대 내부의 깊숙한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전달했다는 점에서 '군필' 남성들은 물론 '미필' 여성들까지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월 27일 공개 'D.P.'는 인기 웹툰 'D.P. 개의 날'을 원작으로 한 작품.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 안준호 이병(정해인), 한호열 상병(구교환)을 통해 탈영병들의 사연을 소개했다. 실제 D.P. 출신인 원작자 김보통 작가가 극본에 참여하면서 생생한 각색이 이뤄졌다는 평이다. D.P. 출신 개그맨 윤형빈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현실 고증과 디테일이 놀랍다"며 "'D.P.' 내 수사기법 중 하나는 실제로 군 복무 때 해왔던 방식"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요즘 군대도 이렇다고?

'D.P'의 배경은 2014년 강원도 고성의 한 군부대다. 극의 배경은 허구지만, 2014년엔 실제로 강원도 고성의 한 군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다. 경기도 연천에서 선임병들에게 한 달여간 폭행 및 가혹 행위를 당해 사망한 윤일병 사건 역시 같은 해에 발생했다.

'D.P.'에서 자행되는 괴롭힘의 수위는 군 전역자들이 "시청 후 군대 시절이 떠올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었다"고 했을 정도다. 못이 박힌 벽 앞에 세워놓고 가슴을 치는 것은 물론 방독면에 물을 넣고 고문하고, 얼굴을 앞에 두고 살충제를 뿌리기도 한다. 자위나 음모를 태우는 성적인 가학행위도 묘사됐다.

군대 내 폭행 및 가혹 행위는 피해자가 더이상 참고 견딜 수 없을 때에야 터져 나와 세상에 알려졌다. 군대는 그때마다 바뀐다고 했고, 최근엔 휴대전화 사용까지 허용했다.

2018년 4월 이후 단계적으로 군대 내에서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됐고, 2019년 4월 1일 전국 군 부대로 확대됐다. 육군이 2019년 국회 국방위 국감에 제출한 '한국국방연구원의 병사 휴대전화 시범운용 영향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 사용 이후 외부와 소통이 기존 66%에서 97%로 증가했고, 영내폭행, 군무이탈, 성범죄가 각각 16%, 11%, 32% 포인트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뿐만 아니라 이병부터 병장까지 함께 있던 생활관이 동기 생활관으로 바뀌고, 소규모 독립부대를 제외하고 생활관이 침상형에서 사생활이 일부나마 보장되는 침대형으로 바뀌는 등 과거에 대해 복무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변화도 여럿 보인다.
/사진=넷플릭스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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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D.P.'를 본 사람들 중에 "요즘 군대도 이런가"라는 반응을 적지 않게 보였다. 이에 대해 연출자인 한준희 감독은 "우리가 모르고, 안 보인다고 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주인공 준호 역을 연기한 정해인 역시 "저는 2010년에 전역했지만, '편해졌다'고 해서 군대가 쉬운 곳은 아니다"며 "젊은 청춘들이 그곳에서 부디 다치지 않고, 상처받지 않고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사회에서는 '간디', 군대에서는 '우울증 걸린 관심병사'

총 6부작으로 만들어진 'D.P.'에는 총 5명의 탈영병이 등장한다. 이 중 3명이 군대 내에서 괴롭힘을 당했다. 여기에서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괴롭힘을 당하며 군대 내에서 소위 '관심 병사'로 분류됐던 탈영병들은 본래 문제가 있던 사람이 아니었다.
/사진=넷플릭스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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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때리기 싫어 유도를 그만두고,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조석봉 일병(조현철)은 근무하던 미술학원에서 '간디'로 불릴 만큼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였던 인물. 빼어난 운동 실력으로 훈련소에서 '특급병사'로 선발됐을 정도였지만 이유 없는 선임들의 괴롭힘에 괴물이 돼 갔다. "군대가 변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후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관심병사"라는 프레임을 얻었다.

유일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은 유일한 생존자는 "널 괴롭힌 사람들 다 벌주겠다고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군대가 변하냐"고 일침한다. 영창을 가는 것도, 군사 재판을 받지도 않는 가해자들은 단순히 근무 지역만 옮길 뿐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것. 군대 내 부조리에 대한 저격이다.

경직된 문화, 문제 생기면 '숨기기' 급급

/사진=넷플릭스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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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방부는 성추행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다. 공군 20전투비행단 내 상급자에 의한 성추행 의혹으로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전 국민이 애도와 분노를 표했고, 지난달에도 상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해군 소속 여성 중사가 부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여군 뿐 아니라 동성 간 성폭행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올해 7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동성 간 성폭력은 2019년 260건에서 2020년 333건으로 증가했다. 매일 한 건 발생하는 꼴이다.

박문언 KIDA 병영정책연구실장은 "군 장병 대부분은 2차 가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주변 장병 모두에게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피해자에게 사건 발생 원인을 묻고,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한 것 역시 2차 가해다. 'D.P.' 내에서도 이런 2차 가해가 현실적으로 그려진다. 진급을 앞두고 부정적인 이슈를 막으려는 대장, 그에게 줄을 서기 위해 병사들의 고충 따윈 무시하는 대위 등 부조리는 분노를 자아내는 포인트다.

전문가들은 국내 군대 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상명하복식 조직 문화와 폐쇄성으로 대표되는 군 조직이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변화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면서 스스로의 목숨을 끊는 청춘들이 더는 없어야 한다는 게 'D.P.'가 전하는 메시지였다.

/사진=넷플릭스 'D.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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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D.P.'
공개일 2021년 8월 27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별점 IMDB 8.7/10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