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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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D.P.' 돌풍 속엔 배우 정해인이 있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구교환)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이들을 쫓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지난 27일 공개 직후 국내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정해인은 폭력적이고 무기력한 환경을 피해 도망치듯 입대한 이등병 안준호를 맡았다. 잔인한 현실을 피해 군 복무를 택했지만, 군대는 더 많은 폭력과 부조리가 난무했다. 정해인은 안준호가 느끼는 혼란과 갈등을 세밀하게 연기해 냈을 뿐 아니라 복싱 선수라는 설정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거침없는 액션 연기를 선보였다.

정해인은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D.P.'에 쏟아지는 호평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면서 "현재도 군대에서는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고, 'D.P.'에서 보여준 부조리는 군대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또 "시즌2, 시즌3, 시즌4까지 준호가 진급하는 과정을 담아주셨으면 한다"면서도 "다시 군대에 가고 싶진 않다. 두 번 하고 싶진 않은 경험"이라면서 단호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저를 인터뷰해주시는 분들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싶다"면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정장 차림을 고수해 왔던 정해인은 이번에도 회색 정장을 입고 등장해 매 질문마다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정해인/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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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P'가 공개와 함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정말 감사하다. 많은 칭찬을 해주시는데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 작품을 준비를 할 때, 촬영을 할 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고 임한다. 그저 각자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해서, 목숨을 다해서 연기했다. 이건 저뿐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작품은 많은 캐릭터들이 합해져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노력이 하나로 뭉쳐져 좋은 결과로 나온 거 같다.

▲ 'D.P'가 공개 직후부터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 자리를 지키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분석한 인기 요인이 있을까.

작품의 진정성이 통한 거 같다. 진실은 때론 불편하지만 그만큼 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가 작품 속에 녹아들어 있어서 공감을 하고, 반응해주시는 거 같다.

▲ 연출자인 한준희 감독은 처음 작품을 쓸 때부터 정해인 배우를 염두에 뒀다고 하더라.

'D.P.'는 준호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두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절제해서 연기를 하려고 했다.

▲ 원작자이자 'D.P.' 공동 집필자인 김보통 작가는 실제 DP 출신으로 알려졌다. 연기를 할 때 조언해 준 부분이 있을까.

작가님이 직접 배우에게 얘기를 전한 적은 없다. 작가님의 의견을 전해 들은 감독님이 현장에서 전달해주신 거 같다. 작가님은 '샤이가이'시다.(웃음) 감독님도 헬기에서 낙하하는 훈련을 받을 만큼 고강도 군사 훈련을 받으셨다고 하더라. 저는 운전병으로 근무했다. 군대 내 트럭과 여러 차량을 운전했다.

▲ 군생활 경험이 작품 내에서 녹아든 부분이 있을까.

생활관, 내무반의 모습인 거 같다. 시즌1에서는 이등병의 모습만 나오니 제 모든 군생활을 녹였다고 말하긴 힘들 거 같다. 이 작품을 하면서 제 이등병 생활을 많이 떠올렸다. 그때의 저는 안 혼나고, 책 안 잡히려고 항상 각 잡혀 있었던 거 같다. 저의 다른 모습은 시즌2, 시즌3에서 나오지 않을까.(웃음)

▲ 'D.P.' 촬영을 하면서 군 생활과 달라졌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

저는 2008년도 군번이다. 2010년에 전역했다. 작품 배경은 2014년이다. 안타깝게도 2014년에 군대에서 발생한 사고가 많이 보도됐다. 전역한 상태였는데도 그 사건들을 기사로 봤을 때 가슴이 아팠다. 저희 작품은 픽션이지만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촬영할 때 더 마음 아팠던 게 있었다.

군대 문화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더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조금만 검색하면 군대 내 여러 문제들이 나오고 있지 않나. 개선돼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젊은 청춘들이 가는 군대인데 몸도 마음도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제가 이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단 하나의 메시지다.

▲ 반삭에 노메이크업까지 했다.

이등병으로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메이크업도 하지 않았다. 이등병이 현실적으로 메이크업을 안하니까. 기껏 해봐야 선크림 정도 바르지 않겠나. 땀도 많이 나고, 땀이 나면서 메이크업이 흘러내리는 것도 그렇고. 그냥 안 하고 싶었다.

▲ 복싱 연기도 돋보였다.

감독님이 원테이크로 찍고 싶다고 하셨다. 저는 주먹을 뻗는 것도 몰랐던 사람인데 3개월 동안 복싱의 기본부터 배우고, 거의 매일 연습했다. 이준영 배우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친해졌고, 그래서 긴 액션의 합을 맞추면서도 재밌게 할 수 있었다.

또 이런 자리를 통해 이준영 배우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준영 배우가 많이 다쳤다. 저도 그렇고. 자잘하게 부상을 많이 당했는데 그걸 묵묵하게 다 참고하더라.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대단했다. 목숨 걸고 하더라. 그래서 많이 배웠고, 재밌었다.

▲ 무거운 소재를 다루다 보니 수위조절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

사연이 무겁다 보니 연기를 하면서도 답답함과 부담감을 느꼈다. 그리고 원작에서와 달리 이등병이라는 설정이라 제가 할 수 있은 게 많지 않았다. 이등병이 할 수 있는 말은 정해져 있다. 촬영장에서는 최대한 군 생활을 생각하면서 눈과 귀를 열어뒀다. 보통 이등병들은 다 그렇게 한다. 액션보다는 리액션에 집중했다.

▲ 이전까지 '멜로장인' 정해인이었다면, 이번엔 배우로서 한 단계를 넘어선 느낌을 받았다.

결이 다른 장르라 두려움은 있었다. 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 작품을 하는 건 공동 예술이라 생각한다.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어우러져 하는 거라 도움을 받았다. 의상, 세트에서도 도움을 받았다.

▲ 작품을 선택하기 전까지 고민되는 지점은 없었나. 군대라는 소재에 우려도 있었을 것 같다.

'D.P.'는 군대 얘기지만 우리 모두의 얘기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 가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지 않은 여성들도 다 공감할 만하다. 사회에 걸쳐있는 모든 부조리를 말한다. 무거운 소재다보니 부담감과 압박감을 갖고 연기를 했다.

▲ 연기에 있어서 도전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감정 연기나 장면이 있었다면?

이걸 촬영하면서 군 생활을 다시 하는 거 같았다. 4개월에서 5개월 정도 찍었는데 그만큼 몰입했다.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면서 느끼는 게 있고, 그를 통해 저 역시 성장한 부분이 있는 거 같다.

▲ 준호를 통해 배우 정해인은 어떤 성장을 했나.

스스로를 돌이켜 보면서 저 역시 많이 성장했다. 감사함을 더 느끼게 됐다. 우리 가족들이 이렇게 건강하게 계신다는 것과 같은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다.

▲ 공개된 작품을 보고 스스로에게 점수를 준다면?

저에 대한 판단은 대중과 관계자 분들이 하는거다. 그냥 무사히 마쳤다는 것에 대한 칭찬만 스스로에게 해주고 싶다.
정해인/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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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교환 배우와 호흡도 돋보였다.

함께 연기하면서 애드리브가 정말 많았다. 별건 아니었지만 많았다. 그냥 눈만 마주쳐도 웃기고 재밌었다. 차 사고가 나서 제가 입원하고, 호열이 병간호를 해주는 장면에서 '빵 터졌데, 에어백이 잘 터졌데' 이 대사도 (구교환) 형의 에드리브였다. 너무 웃겨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

▲ 여러 탈영병의 에피소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가장 인상 깊은 건 조석봉 일병의 탈영 에피소드같다. 6회 타이틀이 '방관자'인데, 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 방관자이지 않나. 그런 메시지를 주는 거 같고, 너무 안타까운 사연이라 촬영하기 힘들었다. 조석봉 역을 연기하는 조현철 선배가 정말 힘들었을 거 같다.

▲ 작품 속에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준호 외에 탐나는 캐릭터는 없었나?

없다. 저를 염두에 두고 'D.P.'를 하셨기 때문에 저는 제 역할(준호)만 하기에도 버거웠다.

▲ 한준희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장인정신으로 신을 만드시는 거 같다. 한땀한땀 장면을 만든다. 그러면서도 현장에서 스태프와 모든 배우들을 유머와 존중으로 이끌어 준다. 정말 즐거웠고, 다음 작업들도 기대된다.

▲ 반응이 좋다 보니 시즌2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생각하고 있는 시즌2가 있나.

시즌1 마지막에서는 일병을 달고 끝냈다. 시즌2에서는 일병, 시즌3에서는 상병의 모습이 나왔으면 한다. 시즌4에서는 병장과 전역까지 나오면 좋지 않을까 기대한다. 한호열 상병은 전역 안 했으면 좋겠다.(웃음) 부사관으로 오면 안 될까. 너무 김칫국부터 먹고 있는 거 같다.

▲ 실제로 다시 군대에 갈 생각은 없나?

하. (고개를 떨구며) 한 번은 경험할 만 한데, 절대로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다. 이건 군대를 다녀온 남성분들은 누구나 공감할 거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