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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재'인줄 알았더니 '악재'…"이러다 빚잔치" 대기업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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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착화된 高환율
    (5) 고환율에 틀어지는 대기업 사업계획

    '환율 상승=수익성 증가'는 옛말
    환헤지 비용 늘어나 부담 가중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3월 미국 애리조나 퀸크릭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 위해 55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달러당 1305원)을 감안한 원화 환산 투자액은 7조1775억원. 하지만 이듬해부터 환율이 오름세를 타면서 원화 환산 투자액은 당초 계획보다 10% 이상 늘었다. 내년 상반기 퀸크릭 공장이 완공되는 시점에 LG의 최종 투자액은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환헤지한 덕분에 당장 손실을 본 것은 아니지만, 뛰는 환율 탓에 원화로 짠 LG의 사업 계획이 틀어진 셈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뉴노멀’이 된 고환율로 국내 대기업의 해외 투자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출 대기업은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구조 덕분에 ‘환율 상승=수익성 증가’로 이어졌지만, 대기업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면서 이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지에 재투자하거나 부족할 경우 ‘달러 빚’을 내야 하는 만큼 환율 상승이 오히려 재무 부담을 안겨주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국내 대기업은 대미 관세협상 과정에서 미국에 1500억달러(약 220조원)를 직접 투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면서 해외에서 들여오는 부품·장비가 늘어난 것도 ‘고환율 수혜’를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달러 수입이 많은 데다 환헤지도 하는 만큼 환율이 올라도 당장 큰 타격을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환율이 계속 오르면 헤지 비용이 많이 늘어날 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판매 시스템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경 이코노미스트클럽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전원(100%)이 이번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한국은행이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동결 전망 이유로 고환율을 첫손에 꼽았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급격한 원화 약세가 가져올 환율과 물가 불안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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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고 있는 대기업 A사는 최근 최고경영자(CEO)와 전략, 재무, 생산 담당 임원이 참석한 시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최근 5개월간 원·달러 환율이 9.2%(6월 말 1350원→21일 1475원) 뛴 탓에 달러로 지급하는 현지 투자비와 인건비, 원재료비가 그만큼 불어나서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원화 환산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에 손해를 본 건 아니지만 고환율이 지속되면 급격하게 늘어날 해외 공장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수출 대기업에 호재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 통화로 판매하는 기업이 늘어난 데다 환헤지를 통해 리스크를 미리 털어내는 것도 일반화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해외 대규모 투자에 나선 기업과 장비 및 원료 수입이 많은 대기업은 오히려 고환율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美 공장 짓는 韓 기업들 부담 커져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배터리 3사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물량은 전체 생산능력 579GWh의 6.4%인 37GWh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542GWh는 해외에서 만든다. 이 중 3분의 1(185GWh)이 미국 몫이다.

    문제는 배터리 3사 모두 미국에 공장을 짓는 데서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1~9월 미시간과 애리조나 등지에 공장을 짓는 데 7조9545억원을 투자했다. 인디애나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삼성SDI는 같은 기간 2조3421억원을 투자했고 SK온은 테네시와 조지아 등지에 1조8878억원의 설비 투자를 했다. 대다수 투자금은 미국에서 배터리를 판매해 거둬들인 달러로 충당하지만 부족한 자금은 ‘달러 빚’으로 댄다. 환율이 10% 뛰면 배터리 3사의 올해 원화 환산 투자금이 1조원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헤지를 한 덕분에 환율이 올라도 당장 타격은 없다”면서도 “환율이 계속 상승하면 헤지비용이 늘어나면서 미국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지 인건비·원자재비도 올라

    고환율은 반도체업계에도 일부 부담으로 작용한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 등지에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는 고환율 탓에 더 높아진 현지 인건비가 골칫거리다. 미국 구직플랫폼 글래스도어에 따르면 오스틴 공장 생산직 연봉은 많게는 21만5825달러(약 3억1600만원)에 달한다. 한국 근로자들과의 원화 환산 임금 격차가 벌어지면서 국내 생산직 인력 관리 부담이 더 커졌다.

    SK하이닉스도 2028년까지 미국 인디애나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6854억원)를 투입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값비싼 반도체 장비의 감가상각을 줄이려면 공장을 24시간 돌려야 하는데 미국에선 3교대 근무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부품 구입 비용도 늘어난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가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미국 퀄컴 등에서 AP를 구매하는 데 지난해 10조9326억원을 썼다. 환율이 10% 오르면 1조원이 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산업연구원은 지난해 분석보고서를 통해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은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영업이익률이 0.29%포인트 하락한다”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은 완성차업체에는 호재다. 국내 협력사에서 원화로 부품을 구입한 뒤 해외에서 달러로 판매대금을 받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순외화수지(외화수입-외화지출)는 각각 360억달러(약 52조원)와 270억달러(약 39조원)에 달했다. 이 기준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 상승(14원)하면 현대차 영업이익은 2830억원, 기아는 212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원/박의명/강진규/양길성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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