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현영 CP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제공
방현영 CP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제공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과연 될 수 있겠냐"는 우려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 1년의 시간 동안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에 진출하며 완벽하게 기반을 닦은 것은 물론, 스핀오프 프로그램을 출범시켰다. 오는 9월 7일 시즌2 방송을 앞둔 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는 그렇게 완벽하게 '주류'가 됐다.

'노는언니'를 기획한 방현영 CP는 MBC와 JTBC를 거치면서 '황금어장', '우리 결혼했어요', '한끼줍쇼' 등의 프로그램에 이름을 올렸다. '노는언니' 1주년을 맞이해 티캐스트 상암동 사무실에서 마주한 방현영 CP는 "E채널 자체 제작 예능 프로그램을 개척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남다른 거 같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 버틴다는 게 쉽지 않은데, 그 부분에 대해 뿌듯하게 생각한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노는언니'는 운동만 하느라 노는 법도 몰랐던 여성 운동선수들이 함께 논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프로그램 론칭 다시 박세리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한유미, 남현희, 정유인을 비롯해 고정 멤버들까지 골고루 주목받으며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방현영 CP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제공
방현영 CP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제공
'노는언니를 통해 입담과 예능감을 인정받았던 이들은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올림픽 붐을 이끌었다. 스핀오프 프로그램 '노는브로'의 박용택은 "'노는언니'를 보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을 정도.

강호동을 비롯해 서장훈, 안정환, 현주엽 등 스포츠 스타들이 은퇴 후 방송에서 활약하는 사례는 이미 낯설지 않다. 하지만 여자 운동선수들만 모아 놓았다는 점에서 '노는언니'는 방영 전 우려를 자아냈다. 하지만 첫 방송부터 출연진들의 매력이 드러나면서 단숨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카메라가 낯선 선수들이었지만 제작진은 철저하게 그들을 신뢰하고, 그들 스스로 놀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원칙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깊고 솔직한 담론이 나올 수 있게된 배경이다.

"출연진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전문 방송인, 연예인이 아니다 보니 첫 촬영 전까지 '연예인을 투입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유혹과 싸워야 했어요. 기존 데이터가 전혀 없었던 출연진이다 보니 주변에서도 걱정이 많았죠. 사전 인터뷰를 했을 때 이미 '되겠다' 싶었어요. 이들과 하는 대화가 재밌고, 관통하는 뭔가가 있었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다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전혀 다른 종목, 20대부터 4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했지만, 첫 녹화때부터 이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해지는데 성공했다. 방 CP는 "갈비를 드려서 그런지 급격히 친해지더라"라면서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때까지만 해도 이 프로그램이 1년을 갈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채널이 늘고,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유명 연출자, 몸값이 높은 출연진이 나와도 시청률에 고배를 마시고, 방송이 됐는지도 모르고 사라지는 프로그램도 여럿이다. 하지만 '노는언니'는 방송 시작 후 얼마 안 돼 넷플릭스의 러브콜을 받았고, 부상이나 생리대 사용, 약물 관리 등 여자 운동선수들의 솔직한 고백은 방송이 끝난 후에도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도 방 CP는 "아직도 안정됐다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며 "케이블 채널이다 보니 아이템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를 받는 만큼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고, 어떻게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을지 여전히 고민이 많다"고 털어 놓았다.

도쿄올림픽을 통해 '노는언니'에서 발굴한 스타들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시즌2가 출범하게 됐다. 방 CP는 시즌2에서 이런 고민과 도전들을 하나씩 풀어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프로그램을 1년 넘게 이어가다보니 초반엔 캠핑을 가도 고기를 어떻게 구워 먹는지, 물을 어떻게 넣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요리 실력도 많이 늘고, 분업도 너무 잘되더라고요.(웃음) 새로운 과제를 줘야하는데, 뭘 줘야 신기해할지, 새로운 도전이 될지 고민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운동선수들 사이에서 '노는언니'에 대한 신뢰가 쌓인 부분도 성과다. 결혼이나 출산 등 개인적인 소식도 '노는언니'에서 가장 먼저 공개하고, 출연진들끼리 연대도 끈끈하게 그려지고 있다.

제작진과도 방송이 아닌 개인적인 안부도 묻고, 프로그램 촬영이 아닐 때에도 함께 식사를 하며 깊은 관계를 쌓아가고 있다고. 덕분에 출연자를 섭외할 때에도 "이전보다 선수나 구단 모두 호의적인 반응을 내비치는 경우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사진=티캐스트 E채널 '노는언니'
방 CP는 시즌2에서는 이런 관계를 더욱 확대해 비인기 종목, 더 많은 선수들을 조명하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도쿄올림픽 스타들이 여러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것과 달리 시즌2 첫 특집으로 '노메달' 특집을 기획한 것도 이런 프로그램의 정체성과 궤를 같이한다.

"당장 올림픽에서 이슈가 된 선수들을 빨리 섭외해서 이들을 출연시키는 것 보다는 저희 가족을 찾으려 했어요. 저희는 오래오래 우려먹고 싶거든요.(웃음) 저희는 고정, 반고정의 개념이 없어요. 훈련이 있으면 지속적으로 출연하기 힘드니 스케줄에 맞춰 오래오래 함께 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노는언니'는 보다 커진 영향력과 인지도를 통해 여성 선수들의 언로(言路)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게 됐다. "스포츠 선수들의 고민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담겠다"는 것.

"프로그램을 하면서 놀란 게, 일반적으로 선수로 활동할 때 몸 상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클라이밍 선수였던 김자인 선수가 생리를 못했다는 것도 놀랐지만, 조해리 선수와 박세리 감독 모두 탈골로 격한 운동을 하지 못하세요. 부상으로 은퇴 시기를 고민하고, 메달을 위해 몸을 혹사하는 문화가 만연하죠. 합숙을 하고 훈련을 하느라 친구도, 연애도, 가정 생활도 다 포기하는 게 선수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지 반성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