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베이조스·머스크 '狂적인 집착'이 성과 냈다
행운의 여신은 담대한 자의 편이라고 마키아벨리는 말했다. 만약 그가 오늘날 태어났다면 ‘행운은 집요한 자의 편’이라고 고쳐 말했을 듯싶다. 제프 베이조스, 일론 머스크, 스티브 잡스 등 글로벌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공룡기업을 만든 이들은 모두 집요하게 일에 몰두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워커사우루스》는 아마존, 테슬라, 우버 등 초고속 성장으로 주목받는 공룡기업들의 성공 비결을 탐구한 책이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베이조스, 머스크, 트래비스 캘러닉이라는 유별난 성격의 창업자들에게로 쏠린다. 이들은 일에 미쳐 지독한 ‘워커사우루스(workasaurus·일 중독자)’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자들은 자신의 성격을 회사에 오롯이 새겼다.

비범한 성과를 이루려면 집중력과 추진력은 필수 요소였다. 남다른 기업을 일군 이들은 남들과 같지 않았고, 직원들에게도 남과 다를 것을 요구했다. 그들은 결코 인품이 훌륭하거나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운운하는 자는 자기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 불과했다.

베이조스는 불가능한 일을 공언한 다음, 잔인할 정도로 직원을 몰아붙여 성과를 만들어 냈다. 머스크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거의 부서질 때까지 자신을 밀어붙였고, 직원들에게도 그럴 것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버티지 못하거나 떠밀려서 직장을 떠났다.

하지만 시대의 혁신 기업을 이끄는 이들이 피도 눈물도 없는 냉철한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한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창의적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이 강박적 성격을 좋은 용도로 사용할 때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갔다는 점이다.

머스크의 전 부인은 성공한 기업가가 되길 원하는 이들에게 “집착하세요. 집착하세요. 또 집착하세요”라고 조언했다. 순한 양으로 1000년을 사느니 호랑이로 하루를 살길 원한 이들의 남다른 DNA를 엿보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긴장되는 일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