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피카소의 '황금 같은 뮤즈'…마리테레즈 발테르의 초상
1927년 45세의 파블로 피카소(1881~1973)는 파리 길거리에서 젊고 아름다운 17세의 마리테레즈 발테르를 마주친다. 모델 제의로 시작해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의 관계는 1932년 피카소의 대규모 전시에서 마리테레즈의 초상화가 처음 공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마리테레즈를 그린 그림은 피카소의 여인 초상화들 중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피카소는 마리테레즈를 ‘황금 같은 뮤즈(golden muse)’라 부르며 신비한 여신의 이미지로 표현했다. 마리테레즈가 자거나 꿈꾸고 있는 모습을 화려한 색채와 곡선 위주의 풍만한 형태로 그려냈다. 하지만 이 작품 ‘창가에 앉아있는 여인’에서 마리테레즈는 한 손은 어깨에, 한 손은 무릎에 살며시 얹고 두 다리를 포갠 채 창 밖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다른 작품과 달리 몸매도 부각되지 않는다. 차분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마리테레즈의 청순함을 표현했다는 평가다.

이 그림이 다음달 11일 뉴욕에서 열리는 크리스티의 ‘20세기 미술 이브닝 경매’에 나온다. 추정가는 5500만달러(약 614억원). 1997년 피카소의 손녀 마리나 피카소가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하면서 처음 시장에 나왔을 때 낙찰가는 750만달러였다. 2013년 소더비의 런던 경매에 다시 나왔을 때는 4500만달러에 낙찰됐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