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한 달 전부터…불법 공유에 '파김치 된' 미나리
미국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77관왕을 차지한 영화 ‘미나리’(사진)가 불법 유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일 국내 개봉한 이 작품의 불법 복제물은 이미 한 달 전부터 국내외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나리’뿐만 아니라 한류 콘텐츠의 불법 유통이 급증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나리’는 개봉 첫날부터 4만 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편에선 불법 복제와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온라인·모바일 커뮤니티, 개인용 클라우드, 모바일 메신저 등 다양한 경로로 불법 복제물이 유통돼서다. 이 영화의 수입과 배급을 맡은 판씨네마는 다수의 불법 복제와 클라우드 공유를 확인했다고 4일 밝혔다. 판씨네마 관계자는 “최근 불법 복제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자 범법 행위이므로 필요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만들고,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미국 영화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적 정서가 강한 작품이며, 다음달 25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윤여정, 한예리 등 한국 배우들의 수상 가능성도 높아 새로운 한류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커지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각국에서 불법 복제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한류 콘텐츠의 불법 유통도 심각하다. 넷플릭스에서 지난달 5일 공개된 한국 최초의 우주 SF영화 ‘승리호’도 불법 복제 피해를 봤다.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1위를 기록하자 각국의 불법 공유 사이트에서 퍼져 나갔다. K팝 열풍과 함께 공연 불법 유통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열린 방탄소년단의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소울 원’ 영상도 불법 유출돼 퍼져 나갔다. 지난해 추석 때 KBS에서 방영된 가수 나훈아의 콘서트는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지만 불법 녹화돼 중국 사이트에 유통됐다.

하지만 개별 업체나 단체가 일일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대부분의 불법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현황 파악조차 쉽지 않다. 지난 2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 콘텐츠 해외 불법 유통과 관련해 열린 세미나에서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해외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는 공짜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 왜곡이 일어나면 산업의 성장 고리가 끊어지게 된다”며 “해외 모니터링 확대와 관련 기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희경/성수영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