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코리아보드게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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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사람에게 보드게임은 어릴 적 했던 부루마블과 젠가, 할리갈리를 넘기 어렵다. 보드게임을 한번 해볼까 하다가도 워낙 종류가 많은 탓에 뭘 해야 할지 선택하기 쉽지 않다. ‘집콕’에 지쳐 새로운 놀거리를 찾는 당신을 위해 입문작부터 마니아를 위한 게임까지 여덟 가지를 준비했다.

(1) 루미큐브 (2~4명, 1시간, 만 8세 이상)

20세기 이후 나온 보드게임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고전이자 스테디셀러. 특정 조합의 카드를 모으는 ‘러미’ 형식의 대표적인 게임이기도 하다. 숫자 1부터 13까지 네 가지 색의 타일 2세트와 조커 타일 2개, 총 106개의 타일로 이뤄졌다. 각자 14개씩 타일을 가져가 같은 숫자의 다른 색 타일 또는 같은 색의 연속된 숫자 3개 이상을 조합해 자신의 패를 먼저 내려놓는 사람이 승리한다. 바닥의 타일과 상대방의 패를 빠르게 계산해야 하는 게임 특성상 교육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2) 팬데믹 레거시 (2~4명, 60분, 만 13세 이상)

팬더믹 레거시는 세계 각국에 퍼진 전염병을 물리치는 게임이다. 여타 보드게임처럼 다른 사람과 경쟁하지 않고 협동을 통해 특정 조건을 만족시키면 게임이 끝난다. ‘레거시 시스템’이란 게임 방식을 유행시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게임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2개의 시나리오를 순서대로 진행하게 된다. 이전 게임 결과가 다음번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게임판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카드를 찢어버리는 등 비가역적인 진행 덕분에 마니아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다.

(3) 카탄 (3~4명, 60~120분, 만 10세 이상)

1995년 첫선을 보인 독일의 ‘국민 게임’이다. 운이 작용하는 부분보다 전략적 요소가 더 많은 ‘유로 게임’의 대표작으로도 손꼽힌다. 무인도에 도착한 개척자들이 밀, 양, 철 등의 자원을 얻어 마을을 발전시키며 경쟁하는 게임이다. 다른 플레이어와 경쟁은 물론 부족한 자원을 교환하기 위한 협력도 필요하다. 게임마다 육각 타일을 조합해 섬의 지형과 자원 분포를 바꾸기 때문에 매번 다른 게임이 나온다는 점이 특징이다.

(4) 아그리콜라 (1~4명, 30~120분, 만 12세 이상)

중세 유럽 흑사병이 끝난 이후의 농부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아그리콜라는 귀족의 삶이 아니라 하루 벌어 먹기 힘든 빈농의 고단한 삶을 게임으로 옮겼다. 각각의 플레이어는 가족을 먹여 살릴 식량을 마련하고 작물과 동물을 키우기 위한 설비를 만들어야 한다. 라운드마다 가족 말을 공용 게임판의 행동판에 올려놓고 자원 채집, 밭 일구기, 시설 짓기 등의 행동을 할 수 있다. 한 플레이어가 행동칸에 가족 말을 놓으면 다른 사람은 그 칸을 선택할 수 없다. 이런 방식을 ‘일꾼 놓기’ 게임이라고 하는데 아그리콜라가 원조격이다.

(5) 스플렌더 (2~4명, 30분, 만 10세 이상)

2014년 등장하자마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게임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보석상이 돼 보석을 모으고 개발 카드를 구입해 누군가 15점을 모으면 게임이 끝난다. 자기 차례에 보석을 가져오거나 보석으로 개발 카드를 사면 된다는 간단한 규칙과 플레이어 간 치열한 눈치 싸움을 유발하는 정교한 장치들 덕분에 대중성과 게임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를 활용한 ‘스플렌더 마블’도 출시됐다. 아이언맨, 캡틴아메리카 등의 영웅들로 타노스의 계략을 저지할 수 있다.

(6) 쿼리도 (2·4명, 20분, 만 8세 이상)

체스·바둑과 같은 ‘추상전략게임’의 일종이다. 9×9 격자칸에서 내 말을 상대방 진영까지 먼저 옮기면 승리한다. 플레이어는 각자 10개의 ‘벽’(4명일 경우 5개)을 갖게 된다. 자기 차례에 말을 움직이거나 벽을 놓을 수 있다. 규칙이 매우 간단하고 게임 시간도 짧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1997년 멘사 추천 보드게임으로 선정됐다. 배우기 쉽지만 승리는 쉽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매력.

(7) 테라포밍 마스 (1~5명, 90~120분, 만 14세 이상)

2315년 지구 자원이 고갈된 상황에서 화성을 지구와 같은 행성으로 바꾸는 ‘테라포밍’이 주요 내용이다. 플레이어는 12개 기업 가운데 하나를 맡아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한다. 화성의 기온과 산소 농도, 해수량이 모두 목표치에 도달했다면 게임을 종료하고 점수를 계산해 승자를 가린다. 기업마다 다른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차례 플레이해도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2016년 출시하자마자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서도 2017년 한글판 출시 이후 동호인 행사가 꾸준히 열릴 정도다.

(8) 광기의 저택 (1~5명, 120~180분, 만 14세 이상)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미지의 저택에서 벌어진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조사자들과 초월적 존재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통상 이 같은 종류의 게임은 규칙도 복잡하고 진행을 전담할 사람도 필요해 웬만한 마니아가 아니고선 쉽게 접근하기 힘들다. 광기의 저택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접근성을 높였다. 음산한 배경음악부터 게임 준비, 괴물과의 전투, 조사자에게 닥치는 시련 등이 모두 앱으로 제공된다. 광기의 저택 외에도 반지의 제왕 시리즈, 디텍티브, 사건의 재구성 등 스마트폰을 함께 사용하는 보드게임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