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회사 밖은 지옥…그래서 오늘도 출근했다
직장생활이 마냥 행복한 사람은 없다. 출근길 ‘지옥철’부터 과중한 업무, 인간관계까지 곳곳에 스트레스 요인이 넘쳐난다. 김훈은 2003년 펴낸 《밥벌이의 지겨움》에서 그 괴로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그런데도 회사원들이 당장 사표를 내지 않는 건 직장생활의 장점이 단점보다 크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과 안정감, 소속감이 대표적이다. 에세이 모음집인 《밥벌이의 이로움》은 모두가 알면서도 쉽게 잊는 이 사실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저자는 자신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결국 다섯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는 30대 직장인”이라고 소개한다. 네 번이나 퇴사와 입사를 반복했더니 회사생활에서 행복을 찾는 나름의 노하우를 발견했다는 설명이다.

저자는 퇴사를 꿈꾸는 직장인을 만류하기 위해 여러 재치 있는 논리를 개발했다. ‘실질 시급이 생각보다 높다’는 이유가 눈에 띈다. 추석 명절이 있는 달, 17일을 매일 8시간씩 근무하고 월급으로 3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시급은 2만2000원이다. 이렇게 계산하면 회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니터만 보고 있어도 3분에 1000원씩 주는 고마운 곳”이다. 그렇다고 월급 도둑이 되라는 얘기는 아니다. 저자는 “회사원이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행복들을 찾아보고 싶었다”고 부연한다.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법한 내용도 많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비이성적인 조직문화를 버텨내는 법, 상사·후배와 원만하게 소통하는 법 등 현실적인 조언을 해준다. 책 말미에는 직장인 인터뷰 30여 개가 실렸다. 말단 사원부터 기업 대표, 교사, 직업군인 등의 직장생활 마음가짐을 접할 수 있다.

회사원 생활에 대한 통찰을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저자의 입담 덕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런 귀중한 회사원인 나 자신에게 퇴근 후 책 한 권과 치킨 한 마리를 선물하자”는 대목에서는 미소가 절로 나온다. 퇴사를 고민하는 신입사원부터 젊은 직원들의 생각을 알고 싶은 임원까지 직장인이라면 두루 읽어볼 만한 책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