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찬 붓질로 그린 반추상 풍경화
학고재갤러리 장재민 '부엉이 숲'展

이런 숲의 밤 풍경을 화가 장재민(36)이 커다란 화폭에 담아냈다. 가로 259㎝, 세로 194㎝의 대작 ‘부엉이 숲’이다. 그는 “매일 밤 겪었던 청각 경험을 때론 숨기고 때론 드러내며 만든 작품”이라며 “부엉이 여섯 마리가 그림 속에 숨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림 속에서 부엉이를 찾기는 어렵다. 그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분위기와 정서 등을 자신의 감성과 주관으로 걸러내 담아낸다. 원근과 구체적 형상은 중요하지 않다. 멀리서 본 풍경이지만 스스로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가 주관과 객관, 대상과 주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섞어버린다. 점성이 높은 물감을 꾹꾹 짜내 큰 붓으로 힘차게 그려낸 그림들은 그래서 반추상의 풍경이 된다.

제주 서귀포의 쇠소깍에서 배를 타고 가는 모습을 그린 ‘나룻배’를 비롯해 ‘타원들’ ‘송어’ 등 물과 관련한 소재의 작품이 여럿이다. ‘서낭당 나무와 돌장승’ ‘밤의 조각상’ ‘장승들’ ‘나무 유령’ 등 초자연성에 대한 관심도 크다.

장재민은 미술계가 주목하는 청년 작가다. 첫 개인전을 연 2014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가 된 데 이어 이듬해 ‘종근당 예술지상 2015’, 금호 영아티스트, 포스코미술관 신진작가 공모전에 잇달아 선정됐다. 전시는 11월 15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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