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향한 비상

▲ 유럽을 성찰하다 = 다니엘 코헨 지음, 김진식 옮김.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경제학자가 68혁명 이후 이 세계의 변화에 대해 총체적으로 성찰한다.

특히 오랜 시간 세계 질서를 주도했던 유럽적 이성이 어떤 과정을 거쳐 변질하고 쇠락했는지, 바뀐 세계 속에서 지식인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한 질문을 제기한다.

저자에 따르면 68혁명의 이상은 전통 산업 쇠퇴와 경제성장의 멈춤으로 좌절됐고 이 틈을 타 기세를 얻은 신보수주의는 불평등과 탐욕의 승리로 귀결되고 말았다.

좌우 양극단 이념 세력의 공통된 실패는 포퓰리즘을 낳았다.

유럽 포퓰리즘은 위로는 사회 엘리트, 아래로는 이민자 집단에 대한 증오를 응집시킨다.

이러한 위기와 단절을 극복하는 실마리는 '디지털 사회'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런 사회에서는 사전에 모든 게 디지털화돼 있으면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은 무한대의 고객을 돌보고 배려하며 충고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로봇이 인간을 대신하면서 근심거리가 늘지 않을까', '페이스북과 넷플릭스를 거치면서 새로운 플랫폼 위에서 이뤄지는 컨베이어벨트식 연쇄 노동이 사람에 대한 테일러주의 시스템으로 변하지는 않을까'라는 새로운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디지털 사회의 명분이 되는 가치를 단념하지 않은 채 고립된 개인에게 사회적인 공간과 풍부한 지식을 제공해주는 디지털 사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휴머니즘이 필요하며 이것이 다음 반세기 동안 우리가 행해야 할 과업이라고 저자는 결론을 내린다.

글항아리. 240쪽 1만5천원.
[신간] 유럽을 성찰하다·거의 모든 것의 종말
▲ 거의 모든 것의 종말 = 밥 버먼 지음, 엄성수 옮김.
'스카이 맨'이라는 애칭의 천문학 전문 작가가 지구와 우주가 겪은 대격변들을 설명하고 앞으로 어떤 대격변이 올지를 예상한다.

우주 공간의 대부분에서는 아무 움직임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일단 우주에서 격변이 일어났다 하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폭발력과 파급 효과로 우주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킨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은하계 충돌, 태양 폭풍, 감마선 폭발, 시공간 왜곡과 같은 우주의 격변들은 드물게 일어나지만 아주 강력하며 눈에 안 보이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 결과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이곳 지구에서도 생물학적 재앙, 소행성 충돌, 기후 격변 같은 위협들은 너무도 실제적인 파괴력을 갖고 있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순식간에 혼돈 속에 몰아넣거나 훨씬 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 같은 격변의 역사와 이의 저변에 깔린 물리적 원칙을 살펴본 뒤 아주 오랜 후라고 해도 반드시 오고 말 재앙들에 관해서도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40억년 후 안드로메다은하는 우리 은하와 충돌하며 태양은 10억년마다 10%씩 밝아져 10억년 후 지구는 모든 정지된 물이 증발하고 온도는 376℃까지 올라간다.

110억년 뒤 에너지가 고갈된 태양은 중력 수축으로 지구만 한 크기로 쪼그라든다.

이미 오래전 생명이 없는 불모의 행성이 된 지구는 여전히 차갑고 까맣게 변한 태양 주위를 돌고 있겠지만, 태양과 지구 둘 다 미래가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재앙도 일어날 수 없다.

예문아카이브. 368쪽. 1만6천원.
[신간] 유럽을 성찰하다·거의 모든 것의 종말
▲ 자유를 향한 비상 = 벤 크레인 지음, 박여진 옮김.
직업, 가족, 결혼 생활을 비롯해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숨어든 오두막집에서 상처 입은 매를 돌보고 훈련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면서 점차 자신의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을 기술한다.

저자는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가까운 인간관계는 늘 실패하면서도 자연 세계와는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는다"고 스스로 말한다.

감정이 가파르게 하강하기 시작하던 때에 아들이 태어났다.

남들이 축하하고 기뻐해 주던 그때 저자는 공황에 빠져 작은 오두막으로 숨어든다.

그곳에서 매를 만났다.

책에서는 상처 입은 새를 치유하며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매잡이와 오랜 단절 끝에 아들을 만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서로를 비추며 나란히 흘러간다.

저자는 새와 아들을 통해 비로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임을 느낀다.

그들이 보낸 사랑과 연대가 한 사람을 '아버지'로 성장시킨다.

아르테. 340쪽. 1만6천원.
[신간] 유럽을 성찰하다·거의 모든 것의 종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