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누구에게든 “아…돌아버리겠네” 하는 순간이 하루, 1시간, 1분, 1초마다 찾아옵니다. ‘환장할 인생’에 한 줄기 빛을 줄 새 책들을 매주 테마에 맞춰 소개합니다. 열에 아홉은 ‘평범한 생계형 기자 워킹맘’인 저의 고민입니다.

“책 읽기 싫어.”
“왜 읽어야 해?”
“엄마, 좀 더 실감나게 읽어 줘!”

딸과 아들은 책을 돌 같이 본다. 금을 돌 같이 봤다는 최영 장군처럼, 시앗(첩) 보고 돌아앉았다는 돌부처처럼. 어르고 달래고 윽박지르며 반강제로 서점이나 도서관에 데리고 가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모 대형 서점에 갔다가 아동·청소년 코너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걸 우연히 들었다. “거 애들 책이 다 거기서 거기지. 뭘 그렇게 따져?”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이 내게 속삭였다. “저렇게 생각하니까 우리같은 애들이 책을 안 읽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뭔가 싸한 느낌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차마 아이들에게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고)! 내가 말한 거 아니지롱!”이라 할 수 없었다.

분명 날 비롯한 어른들의 잘못과 책임이 크다. 다만 그게 뭔지 감을 못 잡았다. 그러다가 오늘 소개할 책 3권과 만났다.
[이미아의 독서공감] "애들 책이 만만하다고요?"

《마음이 예뻐지는 윤동주 동시, 따라 쓰는 짝꿍시》는 고두현 시인이 윤동주의 동시 36편을 엮어 아이들이 시를 ‘갖고 놀기 편한 장난감’처럼 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왼쪽 면엔 윤동주의 시가 있다. 오른쪽엔 독자들이 시를 필사하거나, 시를 읽고 든 느낌을 시처럼 쓰도록 비워 놓았다. 어린이들은 윤동주가 일본 유학 중 항일 독립운동을 하다 28세에 세상을 떠났단 걸 모른다. ‘서시’나 ‘별 헤는 밤’도 모른다. ‘사전 지식’이란 벽이 없기에 자유롭게 시를 즐긴다. 어른 독자에겐 ‘동시 쓰는 학생 윤동주’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빈 칸들 보고 머리가 하얘졌다. 창의력이고 뭐고 없는 내 돌머리에 미안했다.)
[이미아의 독서공감] "애들 책이 만만하다고요?"

《잘 나간다, 그림책》은 동화 작가, 번역가, 평론가로 활동 중인 김서정 작가의 그림책 평론서다. 책이 228쪽으로 비교적 얇지만 읽을 거리는 많다. 김 작가는 “오랫동안 그림책은 유아에게 학습이나 인지에 도움을 주기 위해 보는 책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지금은 0세에서 100세까지 누구나 보는 책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고루 장착한 종합예술로 당당히 성장해 가고 있다”고 강조한다.(작가님, 잘못했습니다.) 지난 4월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을 받은 백희나 작가를 비롯한 한국 그림책 작가들의 활약도 전한다. 런던, 파리, 볼로냐, 베이징, 과달라하라, 아부다비 등 세계 유수의 도서전을 직접 다니며 겪었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미아의 독서공감] "애들 책이 만만하다고요?"

《청소년책 쓰는 법》은 작가와 학부모 독자 모두에게 꽤 큰 충격을 줄 책이다. 청소년책 전문 편집자인 김선아 작가는 “청소년이라 하면 어느 나이대의 누구를 가리킬까”란 물음을 던진다. (이걸 단 한 번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인간계에 몇이나 될지 궁금해졌다. 나는 멍청하다.) “청소년책? 그거 그냥 쉽게 쓰면 되는 거 아냐? 성인책도 썼는데 청소년책은 금방 쓰지. 분량도 적잖아?”라고 어설프게 덤비면 100% 실패한다고 강조한다. (일단 나부터 반성한다.)저자는 핵심 독자층은 중학교 2~3학년 학생으로 두고, 가급적 존댓말 문장을 쓰라고 권한다. 그래야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우를 수 있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나만의 책읽기 기준을 강요한 것 같았다. 눈높이를 맞추면서 고민하고 읽고 쓰기가 이토록 어렵단 걸 왜 몰랐을까. 물론 이렇게 고민한다 해도 아이들과 책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여전히 “책 같이 읽자” 하면 돌아오는 대답이 한결같아서다. “싫은데, 내가 왜, 얼마 줄 건데?”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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