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왓슨 지음 / 이수영 옮김
삼천리 / 456쪽│2만5000원
[책마을] 과학·예술 넘나들며 인류문명 밝힌 '빛'

“빛은 모든 자연현상 가운데 가장 민주적이다. 어떤 곳은 땅과 물이 부족하지만, 어디에나 풍부한 빛은 전 세계 구석구석을 한결같이 비춘다.”

《빛》은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역사가인 브루스 왓슨이 이른바 ‘빛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대서사다. 신화와 경전부터 예술과 문학 작품, 과학 논문과 실험 자료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통찰과 상상력이 미치는 모든 분야에서 빛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하며 찬양했는지 서술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신화와 종교에선 빛의 존재 자체를 숭배했다. “태초에 빛이 있었다”는 기독교 성경의 창세기 구절이 그를 상징한다. 빛에 대한 본격적인 질문은 소크라테스 이전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에우클레이데스, 프톨레마이오스의 탐구와 실험으로 이어졌고, 훗날 11세기 아라비아의 과학자 이븐 알 하이삼의 광학을 거쳐 케플러, 데카르트, 갈릴레오, 뉴턴에게 영향을 미쳤다.

갈릴레오는 망원경을 만들어 빛을 모았다. 케플러, 데카르트는 무지개를 측정했다. 하지만 현대 양자역학에서도 아직 빛에 대해 과학적으로 풀어내진 못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빛을 연구한 학자 중 누구도 빛의 탄생과 형태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

빛은 예술가들에겐 영감의 원천이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비롯한 르네상스 화가들은 원근법과 그림자를 통해 빛을 그려냈다. 렘브란트와 모네, 고흐도 빛을 화폭에 가득 담았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는 음악으로 빛을 묘사하고 뿜어내는 작품이다. 바이런과 키츠, 블레이크 등 유럽의 문인들은 빛이 불러일으키는 자유와 감성을 격정적인 문체로 묘사하며 실증주의와 계몽주의 대신 낭만주의 시대를 열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해와 달의 빛에 의존하지 않는다. 인공적인 빛도 스스로 빚어낸다. 백열전구와 가로등은 지구촌 도시의 거리를 환하게 비춘다. 사진과 영화는 처음 등장했을 때 유럽 시민들을 매혹시켰고,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의 예술 감각을 키운다. 미국과 독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빛을 주제로 열리는 축제는 화려하고도 오랫동안 밤하늘을 수놓는다.

빛이란 주제 하나로 여러 학문이 한 권의 책에서 통섭을 이룬다. 저자는 “빛은 영원하므로 끝이 없다”며 “신이 만들었든 무심한 우주가 만들었든, 천지창조 최초의 광자들은 여전히 우주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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