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훈 "작곡상 수상·평단 호평보다 스승님께 칭찬 받은 게 더 기뻐"
“지난해 ‘카프카의 꿈’ 초연이 끝난 뒤 진은숙 선생님께 처음으로 칭찬을 들었죠. 이번 수상보다 그때 칭찬이 더 기뻤습니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작곡가 신동훈(37·사진)은 29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관현악곡 ‘카프카의 꿈’으로 최근 영국비평가협회가 주는 ‘젊은 작곡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작곡가로는 첫 번째 수상이다. 심사위원단은 “이 작품에는 재즈 음악에서 들을 법한 열정과 쇤베르크 교향곡처럼 풍성한 선율이 담겼다”며 “작곡가의 청각적 상상력과 매혹적이고 예측할 수 없는 시적 감수성에 감동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런던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신동훈이 영국에서 작곡가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6년 영국 로열필하모닉소사이어티(RPS)가 그를 ‘올해의 작곡가’로 선정했다.

‘카프카의 꿈’은 그가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로부터 위촉받아 써낸 작품이다. 지난해 3월 24일 영국 바비칸센터에서 LSO가 초연했다. 당시 평단으로부터 “기쁨으로 가는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작곡가 진은숙은 그에게 “네 음악도 칭찬할 점이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딴 그는 2007년 서울시향에서 진은숙에게 1 대 1 강습을 받은 ‘진은숙 키즈’ 중 한 명이다. 그는 “늘 엄격하게 말하시던 분인데 그 정도로 말씀하시면 엄청난 호평”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남미 문학의 거장 루이스 보르헤스의 시 ‘꿈’을 읽고 이 곡을 썼다. “보르헤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시를 읽자마자 선율이 떠올랐습니다. 특히 여러 주제를 말하는 다성(多聲)적 구조에 반했습니다.”

그는 “현대 음악에서 점점 멜로디가 없어지는데 처음엔 신선했지만 지금은 지루해졌다”며 “앞으로도 보르헤스 작품을 음악으로 옮기듯 여러 선율을 층층이 쌓은 다성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카프카의 꿈’은 목관악기를 3관 편성해 연주자를 100명 가까이 무대에 올려야 하는 대편성 작품이다. 그는 “악보를 쓰는 데만 6개월 걸렸다”며 “지금까지 위촉받은 곡 중 가장 공을 들였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오는 11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지휘로 ‘카프카의 꿈’을 아시아에서 최초로 연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서울시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무대 위 거리두기’로 연주자가 무대에 많이 오르는 대편성 곡을 당분간 연주하지 않는다는 방침에 따라 무산됐다. 대신 그의 다른 작품인 ‘사냥꾼의 장례식’이 연주된다. 그는 이 작품으로 RPS로부터 ‘올해의 작곡가상’을 받았다. “벤스케 감독이 제가 작곡한 곡들을 쭉 듣고서 이 곡을 골랐다고 합니다. 내년에는 서울시향이 위촉한 신작을 선보이려 합니다.”

그는 현재 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과 서울시향이 공동 위촉한 작품을 쓰고 있다. 독일 밤베르크심포니오케스트라에서도 곡을 의뢰받았다. 위촉이 쏟아지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했다. “대편성 작품을 써도 코로나19 탓에 연주할 수 있을지 불투명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 편성을 줄인 곡을 써야겠죠.”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