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든 어린이가 사랑받고 축하받아야 할 어린이날, 하지만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며 괴로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악독하게 날 들들 볶았던 엄마가 떠오른다"며 지난 기억을 꺼내 놓았다.

A 씨는 "남동생이 장애를 갖고 태어났는데, 엄마는 그 스트레스를 나에게 풀었다"며 "동생을 돌보는 일을 모두 나에게 맡겼고, 동생이 소동을 피우면 '동생도 못 보는 누나 잘못'이라며 머리끄덩이를 잡혔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또 "초등학교때까지 엄마가 머리 끄덩이를 잡고 휘두르면 붕붕 날아다녔다"며 "옷장에 갖다 박히고, 울면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도 화장실에 갇히거나, 온 몸을 두들겨 맞았다"고 아동학대를 폭로했다.

A 씨는 "안맞기 위해 눈치보는 식모가 되야 했다"고도 토로했다.

초등학교때부터 청소는 물론 설거지, 빨래까지 도맡아 했고, 동생이 밥투정을 해도 모두 A 씨의 잘못이었다고. A 씨는 "동생이 밥을 안먹어도 맞았고, 받아쓰기를 0점 맞아도 맞아서 빌면서 밥을 먹이고, 이를 갈면서 공부를 시켰다"며 "신기하게도 그런 남동생을 엄마는 '우쭈쭈'하며 사랑해줬지만, 나는 식모, 샌드백, 욕받이, 감정쓰레기통이였다"고 전했다.

A 씨는 "명문대에 입학하면 독립시켜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과외와 학원은 물론, 온라인 강의도 듣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생존을 위해 공부했던 것.

하지만 대학교 입학 후에도 어머니는 "딸이 고액과외나 학원 한 번 안다니고 명문대를 갔다"며 자랑하면서도 "독립시켜줄 돈은 없다"면서 약속을 번복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집애들은 과외해서 수백만원씩 벌어온다더라", "명품 가방을 사줬다더라" 등의 말로 A 씨를 괴롭혔다.

물론 동생 뒷바라지와 집안 살림도 여전히 A 씨의 몫이었다.

A 씨는 "못 먹고, 못 자는데다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안아픈데가 없었다"며 "한 달에 반은 입술에 물집이 잡혔고, 역류성 식도염, 스트레스성 위염, 과민성 대장염을 달고 살았다. 위협을 수차례 당하면서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 우울증도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A 씨는 취업을 하고서야 집을 벗어날 수 있었다. A 씨는 "죽고 싶은 순간이 수천만 번은 있었다"면서 "살길을 찾은 즉시 그 집을 나왔고, 모든 가족, 친척과 인연을 끊었다"고 털어 놓았다.

이후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을 때에도 A 씨의 어머니는 "와서 딸 도리를 하라"면서 간병을 강요했다고. 뿐만 아니라 "후회한다", "잘못했다", "보고싶다"는 문자를 보내면서 A 씨를 다른 방식으로 괴롭혔다.

A 씨는 "아직도 길거리에서 엄마와 비슷한 사람만 봐도 섬뜩해진다"며 "밖에선 교양있는 중년 부인인 엄마는 그 얼굴로 '딸이 패륜아라 연 끊고 집을 나갔다'고 하고 다닐 것"이라고 여전한 앙금을 드러냈다.

이어 "지금은 행복하다"며 "가족과 연을 끊은 후 모든 순간이 평균 이상으로 행복해졌다. 절대로 내가 부모님 딸로 돌아가 자식 도리를 하는 날을 없을 거다. '죽어라', '칼로 찔러버릴 거다', '창문 열고 뛰어내려라'라고 하던 딸, 그냥 그때 죽었다고 여겨달라"고 덧붙였다.

A 씨가 고백한 학대의 고백에 응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학대를 하던 엄마나, 방관자였던 아빠나 다를게 없다", "이 정도면 연 끊고 살아도 된다", "살다가 '그래도 부몬데'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글을 다시 읽어라.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등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삶을 견뎌낸 A 씨를 보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도 어릴 때 비슷한 학대를 당했는데, 지금은 연끊고 해외에서 산다. 지금에서야 행복을 느낀다"며 A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사람들의 고백도 이어졌다.

아동학대는 아동을 신체적, 성적, 심리적으로 학대하거나 돌보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아동복지시설 보호아동 문제행동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설 입소 아동의 약 70%가 학대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 폭력·자해, 우울,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으로 치료를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 등도 제한되면서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최근에도 동작구 초등학생 사망사건 등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안겼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4일 원격수업에 장기간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 소재파악에 나서고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담임교사는 장기결석 학생들의 소재와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과 직접 통화하고, 불확실한 경우 경찰에 수사 의뢰해야 한다.

교육부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통해 장기결석 학생 현황을 학교·교육청·교육부가 공유하고 이를 e-아동행복지원 시스템과 연계해 아동학대 위기 학생이 복지서비스 등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와 협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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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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