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스크없무새'. 학명은 'Coronattamuns Mask Dafalithacus'(코로나때문스 마스크 다팔리따쿠스)."
최근 공적 마스크를 판매하는 약사들 사이에서 '마스크없무새'란 신조어와 함께 약사복을 입은 앵무새 그림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림 속에서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다 팔렸어요.

마스크 없어요"란 말을 되풀이하는 마스크없무새 캐리커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공적 마스크를 찾는 손님에게 앵무새처럼 '마스크가 다 떨어졌다'는 답변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약사들의 처지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 그림을 그린 이는 현직 약사인 서다빈(34)씨.
[SNS 세상] '마스크없무새' 그린 현직 약사
경기도 고양시 한 약국에서 일하는 서씨는 자신이 현직 약사인 점이 마스크없무새 캐리커처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마스크가 동났다는 말을 반복해야 하는 어려움을 동료들에게 하소연하다가 앵무새 그림을 떠올리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그날따라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를 너무 많이 해서 직원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그냥 앵무새 하나 데려다 놓을까'라고 말했다가 그림으로 표현하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를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종종 퇴근 후 웹툰을 그렸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후에는 마스크 구매 시 유의사항이나 마스크 5부제 관련 약사들의 고충을 주제로 한 웹툰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수시로 연재했다.

마스크없무새가 4컷 만화의 마무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SNS 세상] '마스크없무새' 그린 현직 약사
마스크없무새 캐리커처는 동료 약사는 물론 누리꾼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으며 여러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beo*********'는 "격하게 공감하는 약국 약사입니다.

너무 힘듭니다.

약국 오픈 후 3시간이 마비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트위터 이용자 'pat***'는 "얼마나 같은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셨으면. 수고하시는 약사님들 응원합니다"라고 격려했다.

서 약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림이 소개됐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큰 호응을 받을 줄 몰랐다"며 "힘든 시기에 웹툰을 보고 조금이라도 웃었다니 제작자로서 뿌듯하다"고 밝혔다.

그는 "약사와 손님 모두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기 때문에 공감을 받을 수 있었다"며 "마스크를 못 사고 돌아가는 손님을 보면 약사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상처 주는 말은 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SNS 세상] '마스크없무새' 그린 현직 약사
전국 각지 약사들 사이에서도 서씨의 그림이 업계 종사자의 처지를 잘 대변했다는 칭찬이 나온다.

경기도 안양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혜진(44) 약사는 "출근하면 '없어요','몰라요'라는 말만 반복했는데 이걸 앵무새로 표현한 게 공감됐다"며 "약사고시를 준비할 때 공부한 생약학에 나오는 일부 학명과 '쿠스'로 끝나는 '마스크없무새' 학명의 발음이 비슷해서 약사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김씨도 '약사가 마스크를 빼돌리는 게 아니냐' 등 각종 폭언에 시달려 한동안은 약국 문을 여는 것조차 두려웠다고도 했다.

답답한 마음에 페이스북에 마스크 판매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마스크를 못 사면 약사한테 불만을 쏟아내는 사람도 있고, 똑같은 질문을 재차 하기도 해서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최소한 약국 앞에 부착된 안내문이라도 읽고 와주시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