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방언 - 류인서(1960~)
핏덩이 진 마음을 손에 들고 떠듬거리다 미로 같은 혓바닥 위에 마음을 내다 버리고 온 날이다
젖배 곯은 마음이 마음마음마……꿈틀거리며 음마 쪽으로 기어간다
……그러니까 음마 여기 살고 있었던 거네, 마음의 냄새 지문이 엄마였던 거네
음마음마 이것은 내 붉은 손 잡아준 배냇적의 말, 모음 삼각도 탯자리를 짚고 걸음마 떼던 소리
울음 그친 내 맘에게 엄마라 불러보는 날. 안겨오는 늙은 모음들, 알처럼 먹먹해서

시집 《놀이터》 (문학과지성사) 中

젖배 곯은 마음. 살다보면 그런 울음 가득한 마음 가까이에 살고 있을 때가 있지요. 그럴 때 마음이 찾는 것은 엄마라는 말. 배냇적에 최초로 발설한 음마라는 말. 음마와 엄마라는 말 사이에는 으 모음과 어 모음의 차이가 있지만, 근본이 같은 언어지요. 알처럼 둥글어서 품고 싶은 말. 혹은 배냇적 나를 품어주던 말. 울음 그친 마음에게 엄마라고 불러보며 마음이 마음을 품게 하는 말.

김민율 시인 (2015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