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간절기 - 이은규(1978~)
까치 한 마리 보고 겨울 외투 벗지 말라고 당신은 그토록 당부했는데 나는 왜 옷깃보다 마음을 여미고 겨울에서 봄으로의 이행을 간절하게 기도했었나 아직은 옷깃을 여밀 때 절기와 절기 사이 나라는 이름과 우리라는 이름 사이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고 있는 절기로의 감행 모든 당부들과 결별하기 좋은 아침

시집 《오래 속삭여도 좋을 이야기》(문학동네) 中

간절기입니다. 남쪽에는 매화가 피었다고 해요. 남쪽의 옷깃은 자꾸만 가벼워지는데, 북쪽의 옷깃은 아직 두껍습니다. 그러나 마음은 봄이 오는 쪽으로 가벼워집니다. 절기와 절기 사이를 건너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새와 길과 강과 바위도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까치 한 마리 보고 겨울 외투 벗지 말라”는 당부, 이제 밤을 넘길 때마다 그런 당부들과 결별하기 좋은 봄이 옵니다. 올해도 새봄입니다. 아, 좋아라!

이소연 <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