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를 걷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30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를 걷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 수가 늘면서 서울의 대표적인 중국인 관광지인 홍대 주변 상인들도 예민해지고 있다.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의 상인들은 기침하는 중국계 손님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홍대 정문 5분 거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한모 씨(53)는 "한 손님이 옷을 고르면서 기침을 하더니 타이레놀을 먹더라. 타이레놀을 먹었다는 건 열이 난다는 소리 아니겠냐"라면서 "감염의심자로 신고를 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행들이 건강해 보여서 '설마 감염자는 아니겠지'하며 신고는 안 했다. 그래도 찝찝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 불안해했다.

부대찌개 가게에서 일하는 박모 씨(47·여)는 "부대찌개가 맵고 뜨거운 음식이다 보니 음식을 먹다가 콧물을 닦는 경우가 많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요즘은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코를 푸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경계감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채기를 하는 손님이 있으면 그 테이블 식기는 설거지할 때 더 박박 닦는다. 내가 식당에서 일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밖에서 친구들과 음식 나눠 먹지 말라고 한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원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인 탓에 중국인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동아리 모임을 위해 학교로 가는 길이라는 한모 씨(23)는 "학교 정문까지 가는 길에 중국인을 만나는 건 이곳에서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도 몇몇 중국인을 만났는데 거리를 두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개강을 하면 교내에도 중국인 많아질 텐데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걱정했다.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걷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30일 서울 마포구 홍대 거리 방문객들이 마스크를 끼고 걷고 있다./사진=이미경 기자
홍대 거리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강모 씨(33)는 "이런 가게는 백화점 매장보다 훨씬 좁지 않느냐. 손님들과의 거리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는 수준이다"라며 "아무래도 중국인 손님이 오면 경계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홍대 상권의 특성상 중국인이 오지 않기를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그저 검역과 방역을 철저하게 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북한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다. 춘절 기간이라도 한시적으로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30일 오후 1시 기준 59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고 있다.

일부 국내 대학은 방역대책의 하나로 중국인 유학생에게 '입국 연기'를 권고하고 있다.

부산외대는 지난 29일 춘제 연휴에 중국으로 간 유학생 600여 명에게 2월 말 이후로 입국을 연기할 것을 권고하는 메일을 보냈다.

중국인 학생이 642명 재학 중인 청주대는 중국에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입국 일정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외국인 960명 중 220여 명이 중국인인 중부대 금산캠퍼스는 중국인 유학생 23명에게 휴강을 안내하고 당분간 입국하지 말 것을 통보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약 7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유학생(16만164명)의 44%에 달한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