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신경과학 저널'에 논문
"발달기 학습 메커니즘, 성인 뇌도 작동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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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생애 초기의 몇 년간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새로운 것을 보고 들으면서 뇌의 신경 회로가 빠르게 확장하며, 이 과정에서 아기는 세상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성숙해지면 뇌의 발달기가 끝나, 외부 세계의 변화를 수용하는 뇌의 가단성도 급속히 떨어진다.

그런데 어떤 특별한 경험 자극은 성인의 뇌 신경 회로를 다시 연결해, 새로운 걸 학습하는 기회를 열 수 있다는 동물 실험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수행한 미국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CSHL) 과학자들은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했다.

미국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소재한 이 연구소는, 세계 정상급 생명과학연구소이자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높다.

DNA 이중나선 구조를 공동으로 발견한 제임스 왓슨, 옥수수의 유동 유전자를 발견한 바버라 매클린톡 등 8명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8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 연구의 핵심은, 성인기에도 강도 높은 학습 자극이 가해지면 뇌 발달 초기의 고속 학습 메커니즘이 다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 같은 희소 신경발달 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이 될 수도 있다.

레트 증후군은 X염색체와 관련된 우성 질환으로, 출생 여아 1만 내지 1만5천 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며, 대부분 만 1~2세에 발달이 정지하거나 늦어진다.

1999년 Mecp2 유전자 이상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고 현재는 임상 진단과 유전자 진단이 모두 가능하다.

CSHL의 스티븐 시어 부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2년 전, Mecp2 유전자 카피가 모두 제거된 생쥐 암컷은 혼자 떨어져 괴로워하는 새끼를 집으로 데려오지 않는다는 걸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런 '새끼 방치(parental neglect)'가 뇌 청각 피질에 존재하는, '파르브알브민(PV) 뉴런' 그룹의 오작동에서 비롯된다는 걸 알아냈다.

PV 뉴런은 흥분 억제 뉴런이다.

발달기에 PV 뉴런이 내보내는 신호는, 뇌가 변화를 가장 잘 받아들이는 기간이 짧아지는 데 관여한다.

이번 연구에선, Mecp2 유전자가 정상인 생쥐 암컷이 우연히 새끼를 만나면 PV 뉴런의 억제 신호가 줄어든다는 게 새롭게 밝혀졌다.

다시 말해 이 억제 신호는 신경 회로 내의 다른 뉴런이 새끼의 울음소리에 더 민감히 반응하게 한다.

억제 신경망이 뒤로 물러나 도리어 흥분 작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어떻게 새끼가 어미 생쥐에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Mecp2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한 이런 변화는 꼭 일어났다.

이 발견은 또한 PV 뉴런에서 Mecp2 유전자가 유난히 쉽게 손상된다는 이전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한다.

이는 PV 뉴런 또는 이들 뉴런이 관련된 신경 회로가 치료 약 개발의 적절한 표적일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시어 교수는 "강화된 학습 기회가 열려 있는 동안 Mecp2 유전자가 특히 중요한 작용을 하는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