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야수파 걸작전에 전시된 앙드레 드렝의 ‘빅벤’.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의 야수파 걸작전에 전시된 앙드레 드렝의 ‘빅벤’.
추석 연휴(12~15일)에 온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현대미술 전시회가 다채롭게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들이 연휴 기간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유명 화가들의 작품전은 물론 사진과 건축, 디자인 분야까지 전시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차분한 분위기에서 작품을 관람하면서 신선한 미적 경험을 얻고,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야수파 그림에 디자인·건축…추석 연휴 가족과 '아트 홀릭'
국립현대미술관은 연휴 기간 모든 전시장을 무료로 개방한다. 과천 본관에서는 일본 미술계를 중심으로 활동한 곽인식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회고전이 열린다. 곽인식은 198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이 열릴 정도로 유명했지만, 1988년 68세에 폐암으로 도쿄에서 작고하면서 잊혀진 작가가 됐다. ‘물성’ 탐구에 몰두한 곽인식의 미술 인생을 아우르는 수작 100여 점이 나와 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은 20세기 혁명적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은 ‘야수파 걸작전’을 마련했다. 색채 혁명을 일으킨 ‘야수파’와 형태 혁명을 가져온 ‘입체파’를 집중 조명하는 기획전이다. 앙리 마티스, 앙드레 드렝, 파블로 피카소 등 거장들의 작품과 정신을 담은 회화, 사진, 조각, 영상 등 140여 점이 걸렸다. 작품이 탄생하기까지의 스토리를 담은 자료들이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건축과 패션, 디자인의 미학을 체험하고 싶다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찾아보자.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에서는 ‘집합도시’를 주제로 한 43개 팀의 연구 결과물과 현재의 도시 구성을 재해석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현대사회의 주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적 대안을 모색한 작품과 한국의 찜질방 문화에서 착안한 작품 등이 눈길을 끈다. 2층 디자인박물관에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가 디자인한 의상, 사진, 페인팅, 오브제 등 540여 점과 수십 년간 수집한 명화, 팬들의 선물 등 1500여 점을 배치했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의 예술세계 속으로 떠나는 여행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프랑스 천재 화가 베르나르 뷔페와 스웨덴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뷔페는 1948년 19세의 나이로 프랑스 비평가상을 받으며 미술계의 스타가 됐다. 추상회화를 지향하던 시대에 사실적인 구상회화를 고집하며 죽음과 전쟁, 사랑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1999년 작가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그의 시대별 유화 92점을 걸었다.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 요한슨의 특별전에는 그의 대표작 50점이 관람객을 반긴다.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는 내고(乃古) 박생광의 예술 세계를 보여주는 전시회도 가볼 만하다. 한평생 채색화의 새길을 모색한 박생광의 회고전은 대구미술관에서 열린다. 80여 점의 회화가 나온 이번 전시에는 자화상 같은 ‘노적도(老笛圖)’ ‘여인과 북’을 비롯해 색채 추상화도 나와 몽환적 세계를 연상시킨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