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에서 주연을 맡은 김명곤(왼쪽부터) 차유경 이화영 정한용.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에서 주연을 맡은 김명곤(왼쪽부터) 차유경 이화영 정한용.
서울 대학로에서 장기간 인기리에 상연된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대학로 마지막 상연 이후 5년 만이다.

작가 겸 연출가인 위성신 극단 오늘 대표가 대본을 쓰고 연출한 ‘늙은 부부 이야기’는 2003년 초연돼 2014년까지 상연됐다. 작품은 66세 날라리 할아버지 ‘박동만’과 68세 욕쟁이 할머니 ‘이점순’의 로맨스를 다룬다. 사별하고 홀로 살던 두 사람이 우연히 이웃이 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배우 두 명만 무대에 올라 황혼의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오롯이 표현한다. 손종학, 김담희를 시작으로 이순재, 양택조, 사미자, 성병숙, 예수정 등 수많은 배우가 이 역할을 맡았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과 덕우기획이 공동 제작하며 위 대표가 연출을 맡았다. 29일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창작 작품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지속가능한 공연은 적다”며 “예술의전당이 지속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보이고 더 오랫동안 공연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그대를 사랑합니다’ ‘염쟁이 유씨’ 등 실버 콘텐츠를 다수 선보였던 위 대표는 “100세 시대임에도 실버 콘텐츠가 많지 않아 집중 조망하고 싶었다”며 “우리가 가장 금기시했던 실버 세대의 성과 사랑, 제2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에선 박동만 역을 2006~2007년 문화부 장관을 지낸 배우 김명곤과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을 지낸 배우 정한용이 번갈아 맡는다. 김명곤은 “예술의전당에서 창작극을 기획하는 데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또 “실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공연 문화는 단순히 행정적으로 신경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이번 작품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고 이런 노력이 여러 곳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한용은 “국내 창작극이 대부분 번역극에 비해 완성도가 떨어져 창작극에 호감을 갖지 못했는데 이 작품에 많은 매력을 느꼈다”며 “역할이 내 또래여서 공감도 가고 캐릭터 성격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이점순 역은 배우 차유경과 이화영이 연기한다. 차유경은 “실버 세대의 사랑 이야기가 유치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20~30대가 느끼지 못하는 농익은 사랑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화영은 “나이가 많은 역할이지만 큰 부담은 없다”며 “노인들의 걸음걸이와 말투 등을 지켜보며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9월 2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열린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