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 전방위 확산…마트산업노조·택배연대노조 동참 선언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촉발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섰던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택배와 마트 등 일부 노동조합이 동참하며 한층 조직화하는 분위기다. 운동의 여파로 최근 일본산 맥주, 라면, 과자 등의 매출이 급감했고, 이 같은 분위기는 애니메이션 등 영화계까지 번졌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은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동참한 택배·마트 노조
[종합]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파만파…노조 '배송·안내 거부'로 동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택배와 마트 등 일부 노동조합이 동참 의사를 표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산업노조)은 대형마트에서 일본 상품에 대한 안내를 중지하겠다고 24일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는 일본 대형 제조·직매형 의류(패스트패션·SPA) 브랜드 유니클로 제품의 배송을 거부하기로 했다.

김기환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청파로 롯데마트 서울역점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노동자들이 일본 제품 안내 거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마트산업노조는 대형마트 3사에 일본제품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마트산업노조 측은 소상공인들이 일본제품 불매 운동에 동참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동참을 촉구했다. 한국마트협회 등 중소마트와 편의점 5만여 곳에서 일본 제품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판매대에서 철수시키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 속에서 마트산업노조 조합원들은 '우리매장에서는 일본제품을 안내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들은 "사죄없고 반성 없는 일본을 규탄한다. 경제침탈 자행하는 일본을 규탄한다. 대형마트는 일본제품 판매를 즉시 중단하라. 일본제품 판매를 거부한다"는 구호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유통가 현장에서도 일본제품 판매에 대한 반응이 싸늘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롯데마트 원주점에서 주류를 담당하는 김영주 마트산업노조 롯데지부 위원장은 "일본 맥주 판매량이 하루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노동자인 우리가 일제시대에 살았다면 강제징용 대상자가 됐을 것"이라며 "모든 노동자에게 자신의 일터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본 불매운동에 나설 것을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마트산업노조에 따르면 전 조합원 수는 약 8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같은날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연대노조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을 선언했다. 택배연대노조는 서울 종로구 율곡로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본 유니클로 제품 배송 거부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택배연대노조는 각자 맡고 있는 구역의 택배원들이 유니클로 기업이미지(CI)가 인쇄된 택배상자를 확인하면 배송거부 의사를 표명하고 회사에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배송 거부한 상자는 사진을 찍어 단체 대화방에 '인증샷'을 올리기로 했다. 택배연대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수는 2500명 수준으로 CJ대한통운과 우정사업본부 위탁택배노동자 등이 주축이다. 또한 택배연대노조 전 조합원의 택배 차량에 일본을 규탄하는 스티커를 부착해 뜻을 알린다는 계획이다.

김태완 택배연대노조 위원장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오래 못 갈 것'이라며 폄하한 유니클로의 배송 거부 운동을 전개한다"며 "CJ대한통운의 다른 택배기사가 배송을 할 수도 있으나 향후 모든 택배사들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파만파 속 파장 가시화…'노노재팬' 앱도 나와

일본 제품 불매 및 여행 거부 운동이 번지면서 유통 및 여행업계에서는 파장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일본산 맥주, 라면, 과자 등의 매출이 급격히 줄었다. 주요 여행업체 대부분의 일본여행 예약률도 평소의 절반 아래로 꺾였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대체 제품 정보 사이트인 '노노재팬' 등이 소비자들 사이에 퍼지면서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뿔난' 소비자들이 일본산 제품을 고르는 빈도가 뜸해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달 1∼18일 이마트에서 일본 맥주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30.1% 감소했다. 일본 라면 매출은 31.4% 떨어졌다. 일본산 소스·조미료는 29.7% 줄었다. 편의점에서도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같은 기간 편의점 CU의 일본 맥주 매출은 40.1%나 급감했다. 불매 운동이 시작된 초기인 1∼7일 사이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보다 11.6%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 폭이 커진 셈이다. GS25에서도 1∼17일 일본 맥주 매출이 직전 주 같은 기간보다 24.4% 빠졌다.

이와 함께 선택적으로 불매운동을 돕는 사이트인 노노재팬 등이 SNS를 타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노노재팬이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선보인 점 등에 비춰 대체 물품을 찾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통업계의 관측이다.

여름 휴가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행 수요도 줄어드는 분위기다. 해외여행객 유치 1위 업체인 하나투어(42,300 -4.62%)의 일본 여행 신규 예약자 수는 이달 8일 이후 하루 평균 500명 선으로 집계됐다.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떨어진 수치다. 노랑풍선(11,850 -2.87%)은 이달 들어 18일까지 일본 여행 신규 예약이 전년 동기보다 70% 감소했다. 예약 취소율도 50% 증가했다.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 등 일본 애니메이션들의 경우 온라인에서 '평점 테러'를 당하거나 박스오피스 순위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다음달 29일 개막하는 충북국제무예액션영화제는 일본 검객 영화 '자토이치'를 모티브로 한 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공개했다가 교체했다. 영화제 행사인 '자토이치 오리지널 시리즈 섹션'도 취소했다.

◆일부 기업 구설수에 올라…유니클로 상품 훼손 사건 주목받기도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한산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한산한 유니클로 매장.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연일 기세를 더해가는 가운데 예기치 못한 구설수에 오르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중식당 크리스탈제이드의 한 임원은 지난주 관계사 엠즈베버리지가 수입하는 일본 맥주 구입을 종용하는 사내메일을 임직원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SNS 등에서 비난을 샀다. 엠즈베버리지는 일본 맥주 '삿포로'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해당 임원은 최근 임직원 특판 행사를 진행한 상황에서 구입을 독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매실적을 취합하겠다는 뜻을 메일에 담아 논란이 일었다. 엠즈베버리지 관계자는 "해당 임원에 대한 징계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양재점은 '아사히 블랙'의 유통기한 임박상품을 대상으로 할인 이벤트를 하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뭇매를 맞았다. 다만 이번 행사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부터 진행되던 것으로 이마트는 철수 조치를 내린 상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상품이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이 이목을 끌기도 했다. 경기 수원시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지난 21일 진열공간의 흰색 양말 수십켤레가 빨간색 립스틱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 측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는 경찰은 용의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을 검거한 상태다. 아직 정확한 범행동기 등은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계속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유통업계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며 "향후 일본 관광객 감소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일각에서는 성숙한 대응방법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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