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도시문화만 있다면 평화로움과 느슨함이 그리울 터, 토론토는 산과 호수, 대자연이 도심과 가까이 있어 지내면 지낼수록 더 좋아지는 곳이다. 미세먼지 걱정이라고는 전혀 없는 청정구역, 대자연에서 호연지기를 만끽할 수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도시 토론토로 떠나보자.

인생을 제대로 즐기려면 토론토로 가라

캐나다의 수도는? 많은 이들에게 종종 혼란을 주는 이 질문의 답은 오타와다. 그러나 오타와가 있는 캐나다 동부 온타리오주의 주도는 오타와가 아니라 토론토다. 즉 캐나다의 정치적 수도는 오타와지만 많은 이들이 수도라고 착각할 만큼 캐나다에서 가장 크고, 경제적 수도의 위치까지 꿰차고 있는 대표 도시는 토론토라 할 수 있다.
우렁찬 폭포소리, 당신에게 외치네요…나이아가라 보러, 지금 가라
캐나다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는 의뢰를 받을 때마다 필자는 토론토를 빼놓지 않는다.

별 흥미 없던 사람에게 토론토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제대로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라는 코멘트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이 있다. ‘인생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깨닫게 되는 곳’이라고.

토론토 퀸즈 공원 북쪽에 있는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
토론토 퀸즈 공원 북쪽에 있는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
대자연만 있다면 그도 며칠 보다 보면 익숙해질 것이고, 세련된 도시문화만 있다면 평화로움과 느슨함이 그리울 터. 토론토는 산과 호수, 대자연이 도심과 아주 가까이 있어 지내면 지낼수록 더 좋아지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미 많은 이들이 토론토에 이주해 살아가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이민자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는 토론토는 전체 인구 약 270만 명 중 반 이상이 이민자다. 남아시아인이 100만 명에 육박하며 중국인 60만 명, 한국인도 공식적으로 7만 명이 넘는다. 이런 문화와 인종의 다양성은 여행자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대자연의 진수, 나이아가라

토론토는 나이아가라 폭포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기 위해 토론토를 방문한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관문 도시인 토론토는 폭포를 제대로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1년 내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나이아가라 폭포의 관문 도시인 토론토는 폭포를 제대로 구경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1년 내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폭포는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지역에 위치한다. 캐나다 쪽의 폭포는 높이가 53m, 길이 790m에 이른다. 이과수 폭포가 자연국립공원 안에 꽁꽁 숨어 있다면 캐나다의 나이아가라 폭포는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존재한다. 그래서 더 살갑게, 가깝게 느껴지는 폭포의 주변에 호텔, 숍 등 즐길거리와 볼거리가 빼곡하게 들어차 초보 여행자나 베테랑 여행자 할 것 없이, 현지인, 이방인, 남녀노소 누구나 폭포의 아름다움을 사시사철 함께할 수 있다.

토론토에서 나이아가라 폭포까지는 자동차로 약 90분 거리다. 폭포 감상법은 여러 가지다. 크루즈, 집라인, 트레킹, 헬리콥터 투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폭포를 즐길 수 있다. 4월부터 12월 초까지는 배를 타고 폭포 가까이까지 갈 수 있는 크루즈가 인기인데, 700명 이상 탑승하는 나이아가라 크루즈에 몸을 싣고 갑판에 오르면 하늘이 무너질 듯한 굉음과 물보라를 쏟아내는 폭포를 제대로 만날 수 있다. 폭포의 장관을 가까이에서 보면 그 경이로움에 입이 떡 벌어진다. 겨울의 나이아가라 폭포 또한 상상이 어려운 드문 장관이다. 고드름에 둘러싸인 거대한 폭포를 상상해 보라. 겨울 폭포 여행을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1월 말까지 이어지는 빛의 겨울 축제(Winter festival of Light)다. 하늘을 수놓는 빛의 향연과 화려한 불꽃놀이를 감상하며 고드름 폭포 아래 있으면 자연의 경이로움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아쿠아리움, 아트갤러리 등 볼거리

많은 여행자가 나이아가라 폭포만 보고, 토론토에 길게 머물지 않고 떠나곤 하지만 사실 시티에도 볼거리가 가득하다. 원데이 패스를 끊으면 하루 동안 지하철, 버스, 스트리트카 등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가장 먼저 토론토를 상징하는 아이콘인 CN타워로 가보자.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CN타워는 1976년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전파를 송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는데, 이제는 토론토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평균 녹지공간이 서울의 6배인 토론토에선 어디서나 공원과 녹지를 쉽게 볼 수 있다.
평균 녹지공간이 서울의 6배인 토론토에선 어디서나 공원과 녹지를 쉽게 볼 수 있다.
CN타워 옆의 리플리스 아쿠아리움(Ripley’s Aquarium)은 온타리오 호수와 캐나다 연안의 수중 생태를 재현해 놓은 아쿠아리움으로, 체험시설이 많아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즐길 수 있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상어터널이다.

‘언덕 위의 집’으로 알려진 카사로마는 중세 유럽의 고성을 떠올리게 하는 대저택으로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캐나다 3대 박물관 중 한 곳인 온타리오 아트갤러리.
캐나다 3대 박물관 중 한 곳인 온타리오 아트갤러리.
온타리오 아트갤러리는 캐나다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했다. 그는 토론토 출신이다. 북미 원주민인 이누이트의 작품을 비롯해 렘브란트, 드가, 고흐, 모네, 피카소 등의 클래식한 작품들, 그리고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그밖에도 로열 온타리오 뮤지엄, 바타 슈 뮤지엄 등 퀸즈 공원 북쪽으로 가면 미술관과 박물관, 갤러리가 밀집해 있다.

어디를 가든 녹지가 가득해 도심에서도 휴식을 누릴 수 있는 도시가 토론토다. 1인 평균 녹지공간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서울의 여섯 배 정도다(토론토는 29.69㎡, 서울은 0.453㎡ 정도). 어디를 가나 공원, 눈을 돌리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거대한 나무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비건까지 만족하는 미식의 도시

200년 전 시청 건물이었던 토론토 올드타운의 세인트 로런스 마켓.
200년 전 시청 건물이었던 토론토 올드타운의 세인트 로런스 마켓.
토론토를 조금 아는 이들은 ‘미식의 도시’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이민자가 많아 국제적인 음식이 많은 것도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요인이다. 토론토 출신의 한 지인은 토론토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으로 피밀 베이컨 샌드위치, 캐나다산 아이스와인, 시저 칵테일을 꼽았다. 피밀 베이컨 샌드위치는 영국의 아침 메뉴를 응용한 샌드위치로 노란 콘밀을 입힌 베이컨이 들어간 대표 스낵이다. 시저 칵테일도 캐나다를 대표하는 음료니 토론토 여행에서 꼭 마셔보길 권한다. 토마토 주스와 조개 육수, 보드카, 타바스코 등 다양한 재료를 섞어 맛을 낸 이 칵테일은 토론토를 그대로 닮았다. 토론토 특유의 기후조건이 만들어낸 아이스와인은 나이아가라 하류의 나이아가라 온 더 레이크(Niagara on the Lake) 지역에서 생산된다. ‘이니스킬린’ 같은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할 수도 있다.

또 다른 지인은 건강식과 퓨전요리가 토론토 음식의 트렌드라 한다. 아시아 음식이 대세이긴 한데 한국, 일본 본토에 없는 요리들이 퓨전의 이름으로 재탄생한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비건 요리나 로푸드, 유기농 식재료 등 세계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식문화 트렌드가 고스란히 이곳에도 정착했다. 토론토에선 마음의 건강, 몸의 건강, 영혼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겨울 나이아가라 폭포를 즐기고, 내친 김에 오타와, 퀘벡 등 캐나다 동부 지역을 묶어 여행 계획을 잡아봐도 좋겠다.

토론토 = 글: 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사진: 무브매거진, 셔터스톡

여행메모

가는법: 인천국제공항에서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까지 대한항공, 에어캐나다 직항이 있다. 13시간 소요.

공항에서 시내 들어가기: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시내 유니언역까지는 유니언역의 ‘U’와 피어슨 공항의 ‘P’를 따서 ‘Up Express’라는 이름을 얻은 공항철도를 타면 된다. 25분 만에 닿는다. 열차는 15분마다 운행한다.

환율: 1캐나다달러(CAD) = 약 850원

시차: 한국보다 13시간 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