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北 정상회담 열리는 '정치 수도' 하노이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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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다낭·호이안·후에, '3色 매력'에 푹 빠져볼까
믿고 떠나는 베트남 여행
다낭·호이안·후에, '3色 매력'에 푹 빠져볼까
믿고 떠나는 베트남 여행
역사적인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은 1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베트남의 정치적 수도인 하노이에서 열립니다. 하노이는 수많은 외세와 투쟁하며 성장했습니다. 기나긴 식민지 기간을 견디며 끝내 독립을 쟁취한 베트남인의 자부심이 깃든 곳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하노이는 매력적인 관광지입니다. 유럽의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건축물과 중국 혹은 일본의 문화적 영향을 받은 흔적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1세기 리왕조 때 조성한 구시가지에서는 시간을 거슬러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베트남의 중부도시 다낭, 후에, 호이안은 하노이와는 결이 다른 떠오르는 관광지입니다. 세 도시 모두 독특한 색깔을 지니고 있어 한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낭은 매력적인 해변과 휴양이 있는 거점도시고 호이안은 빛의 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색색의 등과 야경이 빼어납니다. 역사문화도시 후에는 베트남의 뿌리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으로 꼽힙니다. 저마다 다른 매력으로 우리를 유혹하는 베트남으로 이번 봄에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요?
웅장하고 성스러운 성 요셉 성당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택시 안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가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수줍은 듯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친구 같은 정(情)이 느껴진다. 하노이의 옛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구시가지에 다다르자 논라(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앞뒤로는 채반 가득히 과일이 실려 있고, 여인은 주변 오토바이의 아찔한 움직임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채 걷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여기가 바로 베트남이다. 숙소에서 성 요셉 성당까지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1시간이 훌쩍 넘겨 도착했다. 거리를 걷다 유난히 사람들이 복작거리기 시작하더니 눈앞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이 확 다가왔다. 검게 그을린 성당의 외벽에는 도시의 오래된 기억들이 차분하게 쌓여 있는 듯하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1886년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 요셉 성당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00여 년에 걸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거쳐 하노이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라도 하듯 오래되고 웅장한, 게다가 성스럽기까지 한 이 성당 주변으로는 예쁜 상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 식당이 모여들었다.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이 오래된 건물은 외롭지 않겠다. 성 요셉 성당에서 한참을 보내고 나니 방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습한 공기가 몸에 감겨 왔다. 호안끼엠 호수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호안끼엠 호수는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밤이 오기만을 기다린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 폭 200m, 길이 700m의 이 호수를 감싸고 있는 가로수를 따라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 벤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호숫가에 앉아 간식을 먹는 연인 그리고 친구와 놀러 나온 젊은이들. 구시가지의 복잡한 모습과 달리 조용하고 여유로운 하노이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호안끼엠 호수의 테훅 다리
호수를 걷다 보면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테훅(The Huc)이라는 붉은색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연결된 이 다리를 건너면 1865년 지어진 응옥선 사당으로 갈 수 있다. 이 사당에서는 문, 무, 의 세 성인을 기린다. 학문의 신 반수옹, 13세기 몽골족을 무찌른 쩐흥다오 장군, 의학의 신이라는 라또를 모시고 있다. 사당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1968년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몸무게 290㎏, 길이 2m의 거대한 거북이 박제가 전시되고 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사당을 나와 이곳을 등지자 인력거와 비슷한 씨클로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운전자의 부름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호객에 성공한 씨클로 한 대가 무리를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씨클로는 오토바이 물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자연계의 다섯 요소로 만든 이름 다낭 오행산
15세기까지 강성했던 참파 왕국의 거점이었던 다낭은 중부 최대 상업도시이자 베트남 제3의 도시다. 다낭은 도둑, 문맹자, 극빈자, 거지, 마약 소지자가 없다고 해서 예부터 ‘5무(五無)’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10년 전 베트남을 방문했던 이들은 다낭의 놀라운 변모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단지 도시의 외형만 변한 게 아니다. 해마다 10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도시인 만큼 취향을 자극하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로 채워졌고 감성까지 더해졌다. 다낭 시내에서 10여㎞ 떨어진 오행산. 오행산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에서 이름을 따왔다. 베트남어로 하면 목(Moc·木), 화(Hoa·火), 토(Tho·土), 낌(Kim·金), 수이(Thuy·水)다. 대리석이 많은 지형이어서 마블마운틴이라고도 불린다. 오행산 중 수산(水山)이 가장 크고 볼거리가 많다. 오행은 우주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며 오행을 거스르면 큰 재앙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또한 유명한 서유기의 손오공(제천대성)이 석가여래와 법력으로 대결하다 져서 바위에 500년 동안 갇힌 곳이기도 하다. 오행산은 다낭 시민에게 신앙의 땅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그래서 대부분 관광객은 오행산 중 수산만 돌아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20분도 안 돼 정상에 도달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다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비탈 아래에선 1825년 민망 황제가 방문했다는 영응사(靈應寺)와 베트남어로 후옌콩이라 불리는 현공(玄空)동굴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현공동굴은 일종의 석굴암이다. 작은 동굴 입구와 달리 동굴 내부에는 사천왕상은 물론 전각 형태의 법당에 불상까지 모셔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관광지는 대리석이 많이 나서 ‘마블마운틴’이라 불리는 오행산이다. 산의 곳곳에는 린응사를 비롯해 사찰과 다양한 모습을 한 부처상이 세워져 있다. 린응사는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만나 인도로 떠난 자리에 생겨난 절이라고 한다. 오행산은 특히 암푸동굴을 비롯한 다양한 동굴이 볼거리다. 암푸동굴은 오행산의 입구 쪽에 있는데 천당과 지옥 사후재판소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다낭의 또 다른 명소는 바나힐 국립공원이다. 해발 2000m를 케이블카로 20분간 이동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호텔, 카페, 놀이동산(자유이용권 포함)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손 모양을 한 골든브리지는 매력적이다. 바나힐은 다낭시에서 서쪽으로 약 42㎞ 떨어져 있으며 베트남의 또 다른 관광지인 달랏과 다낭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다.
빛의 거리, 매력적인 소도시 호이안
베트남의 중부도시 호이안은 참파왕조부터 17세기까지 인도 일본 중국 이슬람을 아우른 베트남 최고의 무역항이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인정돼 1999년 베트남에서는 세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호이안의 옛 거리(올드타운)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1953년 일본인이 세운 내원교다. 당시 일본과 교역이 잦아 일본인 마을이 있었는데, 목조 지붕의 다리인 내원교가 그때의 역사를 증명하는 유일한 흔적이다. 세계적으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는 거의 없어 가치가 높은 다리이기도 하다. 내원교 근처에 있는 쩐가사당은 1802년 중국인 후손인 응우옌 왕조의 관리에 의해 선조에게 참배를 올리는 주거지며 내부 장식은 일본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다.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유품도 같이 전시돼 있다.
호이안은 다양한 색채로 기억되는 도시다. 낮에 본 신산한 느낌보다 호이안의 밤은 찬란하다. 카페와 강가에는 오색찬란한 빛들이 쏟아진다.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모양의 등불이 켜져 있고, 각양각색의 등을 팔고 있었다. 빛은 일렁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부의 모습이 빛을 받으니 봉숭아색으로 곱게 물든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13대에 걸친 응우옌 왕조의 왕궁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무너진 왕조의 왕궁은 비참하게 버려졌다. 한때 강성했던 왕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색은 바랬고, 프랑스군과 미군의 포격으로 대부분 건물이 사라졌다.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왕궁 근처에는 티엔무 사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독재정권에 항의해 사이공에서 소신공양(분신자살)한 틱광둥 스님이 수행했던 절이다. 절 안에는 스님이 소신공양을 위해 사이공까지 타고 갔던 오스카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스님은 불로 사라졌지만 사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심장이 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불타는 심장’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 심장은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절에는 사진만 쓸쓸하게 붙어 있다.
하노이·다낭·호이안=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 이상현 여행작가 skycbi@hankyung.com
여행 정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세계적인 호텔 여러 곳이 있다. 국제회의 장소로 자주 활용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은 베트남의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01년 설립됐다. 1세기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5성급 호텔로, 하노이 동부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다. 총 7층 규모에 36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골프코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국의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과 그레이엄 그린, 미국의 영화배우 제인 폰다 등 예술가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정치인이 거쳐간 유서 깊은 호텔로 유명하다. 2017년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노이를 방문하며 머물렀다.
1960년대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에 대비한 방공호를 설치, 현재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의 아픔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전쟁 이후 프랑스 자본과 베트남 정부의 합작으로 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웅장하고 성스러운 성 요셉 성당
하노이 노이바이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택시 안에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오토바이가 옆을 스치고 지나간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수줍은 듯 먼저 인사를 건네는 그들의 모습에서 오랜 친구 같은 정(情)이 느껴진다. 하노이의 옛 모습을 가장 많이 간직한 구시가지에 다다르자 논라(베트남 전통 모자)를 쓴 자전거를 끌고 가는 여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전거 앞뒤로는 채반 가득히 과일이 실려 있고, 여인은 주변 오토바이의 아찔한 움직임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은 채 걷고 있다.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여기가 바로 베트남이다. 숙소에서 성 요셉 성당까지 도보로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를 1시간이 훌쩍 넘겨 도착했다. 거리를 걷다 유난히 사람들이 복작거리기 시작하더니 눈앞으로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성당이 확 다가왔다. 검게 그을린 성당의 외벽에는 도시의 오래된 기억들이 차분하게 쌓여 있는 듯하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1886년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 요셉 성당은 하노이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이다. 100여 년에 걸친 프랑스 식민지 시절을 거쳐 하노이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이 되기까지 이 자리를 지키며 많은 이야깃거리를 간직하고 있으리라. 그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라도 하듯 오래되고 웅장한, 게다가 성스럽기까지 한 이 성당 주변으로는 예쁜 상점과 분위기 좋은 카페, 식당이 모여들었다. 그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이 오래된 건물은 외롭지 않겠다. 성 요셉 성당에서 한참을 보내고 나니 방금 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습한 공기가 몸에 감겨 왔다. 호안끼엠 호수다. 하노이를 대표하는 호안끼엠 호수는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오늘 하루는 어땠느냐고 말을 건네는 듯하다. 밤이 오기만을 기다린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많은 사람이 모인다. 폭 200m, 길이 700m의 이 호수를 감싸고 있는 가로수를 따라 산책하는 노부부의 모습, 벤치 옆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호숫가에 앉아 간식을 먹는 연인 그리고 친구와 놀러 나온 젊은이들. 구시가지의 복잡한 모습과 달리 조용하고 여유로운 하노이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게 된다.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호안끼엠 호수의 테훅 다리
호수를 걷다 보면 붉은 조명으로 반짝이는 테훅(The Huc)이라는 붉은색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 안에 있는 작은 섬으로 연결된 이 다리를 건너면 1865년 지어진 응옥선 사당으로 갈 수 있다. 이 사당에서는 문, 무, 의 세 성인을 기린다. 학문의 신 반수옹, 13세기 몽골족을 무찌른 쩐흥다오 장군, 의학의 신이라는 라또를 모시고 있다. 사당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1968년 호안끼엠 호수에서 잡혔다는 몸무게 290㎏, 길이 2m의 거대한 거북이 박제가 전시되고 있다. 호수 위에 떠 있는 작은 사당을 나와 이곳을 등지자 인력거와 비슷한 씨클로가 줄지어 대기 중이다.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운전자의 부름에 호기심이 발동한 관광객들이 주 고객이다. 호객에 성공한 씨클로 한 대가 무리를 나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씨클로는 오토바이 물결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자연계의 다섯 요소로 만든 이름 다낭 오행산
15세기까지 강성했던 참파 왕국의 거점이었던 다낭은 중부 최대 상업도시이자 베트남 제3의 도시다. 다낭은 도둑, 문맹자, 극빈자, 거지, 마약 소지자가 없다고 해서 예부터 ‘5무(五無)’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10년 전 베트남을 방문했던 이들은 다낭의 놀라운 변모에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단지 도시의 외형만 변한 게 아니다. 해마다 1000만 명의 외국인이 찾는 도시인 만큼 취향을 자극하는 다양한 관광 콘텐츠로 채워졌고 감성까지 더해졌다. 다낭 시내에서 10여㎞ 떨어진 오행산. 오행산은 자연계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 요소에서 이름을 따왔다. 베트남어로 하면 목(Moc·木), 화(Hoa·火), 토(Tho·土), 낌(Kim·金), 수이(Thuy·水)다. 대리석이 많은 지형이어서 마블마운틴이라고도 불린다. 오행산 중 수산(水山)이 가장 크고 볼거리가 많다. 오행은 우주를 조화롭게 하는 것이며 오행을 거스르면 큰 재앙을 만나게 된다. 이곳은 또한 유명한 서유기의 손오공(제천대성)이 석가여래와 법력으로 대결하다 져서 바위에 500년 동안 갇힌 곳이기도 하다. 오행산은 다낭 시민에게 신앙의 땅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그래서 대부분 관광객은 오행산 중 수산만 돌아본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20분도 안 돼 정상에 도달한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니 다낭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산비탈 아래에선 1825년 민망 황제가 방문했다는 영응사(靈應寺)와 베트남어로 후옌콩이라 불리는 현공(玄空)동굴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현공동굴은 일종의 석굴암이다. 작은 동굴 입구와 달리 동굴 내부에는 사천왕상은 물론 전각 형태의 법당에 불상까지 모셔져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인기 있는 관광지는 대리석이 많이 나서 ‘마블마운틴’이라 불리는 오행산이다. 산의 곳곳에는 린응사를 비롯해 사찰과 다양한 모습을 한 부처상이 세워져 있다. 린응사는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만나 인도로 떠난 자리에 생겨난 절이라고 한다. 오행산은 특히 암푸동굴을 비롯한 다양한 동굴이 볼거리다. 암푸동굴은 오행산의 입구 쪽에 있는데 천당과 지옥 사후재판소로 구역이 나뉘어 있다. 다낭의 또 다른 명소는 바나힐 국립공원이다. 해발 2000m를 케이블카로 20분간 이동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호텔, 카페, 놀이동산(자유이용권 포함) 전망대 등 다양한 시설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손 모양을 한 골든브리지는 매력적이다. 바나힐은 다낭시에서 서쪽으로 약 42㎞ 떨어져 있으며 베트남의 또 다른 관광지인 달랏과 다낭 도심을 연결하는 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다.
빛의 거리, 매력적인 소도시 호이안
베트남의 중부도시 호이안은 참파왕조부터 17세기까지 인도 일본 중국 이슬람을 아우른 베트남 최고의 무역항이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문화적 가치가 인정돼 1999년 베트남에서는 세 번째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호이안의 옛 거리(올드타운)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이 1953년 일본인이 세운 내원교다. 당시 일본과 교역이 잦아 일본인 마을이 있었는데, 목조 지붕의 다리인 내원교가 그때의 역사를 증명하는 유일한 흔적이다. 세계적으로 지붕이 있는 목조 다리는 거의 없어 가치가 높은 다리이기도 하다. 내원교 근처에 있는 쩐가사당은 1802년 중국인 후손인 응우옌 왕조의 관리에 의해 선조에게 참배를 올리는 주거지며 내부 장식은 일본의 영향이 짙게 남아 있다.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유품도 같이 전시돼 있다.
호이안은 다양한 색채로 기억되는 도시다. 낮에 본 신산한 느낌보다 호이안의 밤은 찬란하다. 카페와 강가에는 오색찬란한 빛들이 쏟아진다. 전통시장에는 다양한 모양의 등불이 켜져 있고, 각양각색의 등을 팔고 있었다. 빛은 일렁이며 사람들을 유혹한다. 결혼사진을 찍는 예비 신부의 모습이 빛을 받으니 봉숭아색으로 곱게 물든다.
후에는 베트남 마지막 왕조인 응우옌 왕조의 수도다. 1802년부터 1945년까지 13대에 걸친 응우옌 왕조의 왕궁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다. 무너진 왕조의 왕궁은 비참하게 버려졌다. 한때 강성했던 왕조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색은 바랬고, 프랑스군과 미군의 포격으로 대부분 건물이 사라졌다. 1993년 베트남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왕궁 근처에는 티엔무 사원이 있다. 베트남전쟁 당시 독재정권에 항의해 사이공에서 소신공양(분신자살)한 틱광둥 스님이 수행했던 절이다. 절 안에는 스님이 소신공양을 위해 사이공까지 타고 갔던 오스카 자동차가 전시돼 있다. 스님은 불로 사라졌지만 사리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심장이 타지 않고 남아 있었다. ‘불타는 심장’이라는 별칭을 갖게 된 이 심장은 프랑스 박물관에 보관돼 있고 절에는 사진만 쓸쓸하게 붙어 있다.
하노이·다낭·호이안=글·사진 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 이상현 여행작가 skycbi@hankyung.com
여행 정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에는 세계적인 호텔 여러 곳이 있다. 국제회의 장소로 자주 활용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호텔은 베트남의 프랑스 식민지 시절인 1901년 설립됐다. 1세기 이상의 전통을 이어온 5성급 호텔로, 하노이 동부 호안끼엠 호수 근처에 있다. 총 7층 규모에 364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으며 골프코스,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영국의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 작가 윌리엄 서머싯 몸과 그레이엄 그린, 미국의 영화배우 제인 폰다 등 예술가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미국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등 정치인이 거쳐간 유서 깊은 호텔로 유명하다. 2017년 11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하노이를 방문하며 머물렀다.
1960년대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의 폭격에 대비한 방공호를 설치, 현재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 있어 역사의 아픔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전쟁 이후 프랑스 자본과 베트남 정부의 합작으로 복원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