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두드리며 인사하듯 슬픈 순간들 살포시 껴안아
사회의 보편적 아픔을 서정적 목소리로 그려냈던 박소란 시인(38)이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을 냈다.

‘사회적 약자와 시대의 아픔을 개성적 어법으로 끌어안았다’는 호평을 받으며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2015년 첫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 이후 4년 만에 낸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은 닫힌 문을 두드리며 다정한 인사를 건네듯 온기 있는 말들로 삶의 슬픈 순간들을 조용히 들여다봤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박소란은 ‘문’을 중요한 장치로 사용하고 있다. ‘손잡이’에선 ‘함께 가요 우리 문 저편/그럴듯한 삶을 시작해봐요’라며 ‘그럴듯한 삶’으로 가기 위해 열려 있는 문을 말한다. ‘외삼촌’에선 ‘무심코 곁방문을 열면/슬그머니 고개를 드는/외삼촌’이라며 망자와 연결해 주는 매개로 쓴다. ‘모르는 사이’에선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내 이름은 소란입니다’라며 언젠가 버스 문이 열리면 떠나갈 옆자리 모르는 이에게 인사한다. 모든 시엔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함이 있다. 그 다정함 뒤엔 울컥거리게 하는 슬픔도 숨어 있다.

울음으로 가득찼던 첫 시집과 달리 이번 시집에선 체념에 익숙해진 삶 속에서도 슬픔보다 아름다움을 더 찾는다. ‘깡통’에선 ‘사람을 원치 않는다’고 외치지만 ‘이 단단한’에선 ‘아름다운 사랑을 하고 시를 쓴다/그러다 지치면 당신 품에 들어 쉰다’며 잠시 비루한 삶을 만져주는 애틋함을 들려준다. 그 애틋함엔 상상 속의 누군가가 숨어있다. 그 사람에게 말을 건네기도 하고, 때론 투정도 하며 그리워하기도 하고, 잠시 안기기도 한다. 문 안쪽에서 건네는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은 ‘전기장판’에 나오는 ‘어떤 슬픔에도 끄덕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일상의 슬픔을 달래준다. 박소란은 “닫힌 문을 열면 거기 누군가 있다는 사실을 끝내 들키고 싶었다”며 “닫힌 문 뒤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고, 보이지 않는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한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