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시집도 1만원 시대
“시집 한 권 살 돈이면 짜장면을 두 그릇 먹을 수 있어요. 두 그릇 값어치도 안되는 책을 내선 안되겠죠.”

올해 한경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자인 설하한 씨가 당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의 얘기처럼 국내 시집 가격이 실제 짜장면 두 그릇 값에 맞먹는 1만원 시대를 맞았다.

문학동네는 지난달 24일 출간한 ‘문학동네 시인선’ 115번 《낮에는 낮잠 밤에는 산책》부터 시집 정가를 기존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2011년 1번 시집 출간 이후 줄곧 유지해온 정가 8000원을 처음 인상한 것이다. ‘민음의시’를 양장본으로 만들고 있는 민음사도 올해 첫 시집을 내놓을 다음달부터 가격을 1만원으로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10월 민음의시 198권부터 정가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린 이후 6년 만이다.

이젠 시집도 1만원 시대
시집 가격 인상의 가장 큰 배경은 제작원가 상승이다. 종이값은 계속 오르는데 시 한편 길이는 길어지고 시집에 담는 시 편수는 늘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출판사 사이에서 가격 인상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문학과지성사는 ‘문학과지성 시인선’ 정가를 지난해 7월 말부터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인상했다. 창작과비평사도 지난해 11월부터 ‘창비시선’ 정가를 9000원으로 올렸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종이값 상승이 큰 부담이지만 시집은 많지 않은 수요 때문에 쉽게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02년 평균 5500원 내외였던 시집 정가는 계속된 종이값 상승으로 2008~2009년께 7000~8000원으로 오른 뒤 10여 년 동안 이 가격대가 유지됐다. 또 다른 출판사 관계자는 “대다수 시집이 초판을 얼마 못 찍고 증쇄도 많지 않다 보니 제작비 대비 남는 게 거의 없다”며 “다른 서적보다 보수적으로 가격을 책정해왔으나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하소연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