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성장 모멘텀, 주력사업 아닌 '가장자리'에서 찾아라
홀푸드마켓은 1978년 미국 텍사스에서 설립된 유기농 식료품업체다. 전형적인 슈퍼마켓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고급 요리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유기농 식재료로 전문 요리사가 조리한 초밥, 바비큐, 멕시코 음식, 에스프레소 커피 등을 테이블에 앉아 바로 즐길 수 있다. 홀푸드마켓의 조리식품과 제빵 부문은 총매출의 20%에 달하는 주요 사업이 됐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은 더 원활한 온라인 서비스를 위해 클라우드 기반 인프라를 구축했다. 아마존 경영진은 인프라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데 총 영업시간의 70% 이상을 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기술을 다른 기업에 제공하면 부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설립으로 이어졌다. AWS는 세계 1위 클라우드업체로 올라서며 아마존의 수익을 책임지는 효자 사업이 됐다.

기업이 고유한 장비, 유통망, 기술 등 기초자산을 쌓으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단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면 이를 활용해 추가 사업을 하기 쉽다. 경영 컨설팅 기업 LEK컨설팅 상무인 앨런 루이스와 댄 매콘은 《에지전략》에서 핵심 상품이나 주력 사업이 아닌 ‘가장자리(에지)’에서 기업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부분 기업은 가장 잘하는 일을 ‘더 많이’ 하도록 설계돼 있다. 더 많은 지역으로 영업 영역을 넓히거나 더 다양한 제품을 내놓는 식이다. 그러나 불황이 반복되고 변동성이 심한 시기에는 잘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전략이 오히려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에지전략은 생태학의 ‘에지 효과’에서 개념을 빌려왔다. 들판이나 숲 같은 단일 서식지보다 숲과 목초지 사이, 바다와 해안 사이 등 두 생태계를 오갈 수 있는 경계지대의 식물과 동물이 더 번성하고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도시의 발달도 다른 경제와 교류할 수 있는 교역항이나 대륙이 만나는 경계에서 이뤄졌다.

저자는 에지전략을 ‘제품 에지’ ‘여정 에지’ ‘사업 에지’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제품 에지는 추가 부속품이나 서비스를 주력 상품에 더하는 전략이다. 애플이 음악 플레이어 아이팟을 팔고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즈를 연 것은 제품 에지의 대표적 전략이다. 여정 에지는 고객의 궁극적인 목표에 최대한 부합하는 방식으로 기업과 고객이 맺는 관계의 성격을 재규정한다. 저자는 고객을 무엇인가를 실행하거나 완수하기 위한 ‘여정’에 나선 존재로 간주한다. 평면 TV를 구매한 고객은 TV를 구입한 것으로 끝이 아니라 거실에 설치하고 시청하는 여정에 나선 것이다. 미국 가전 판매업체 베스트바이는 기술지원회사 긱스쿼드를 설립해 벽걸이 TV 설치 등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사업 에지는 AWS와 같이 주력 사업으로 축적한 자산을 활용하는 것으로 가장 포착하기 어려운 기회다. 가장 이해하기 쉬운 사례는 수집된 풍부한 데이터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는 고객의 건강 정보를 관리하는 옵텀인사이트라는 자회사를 두고 있다. 이 회사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제약회사에 제공함으로써 연구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했다. 저자는 “에지전략은 기업의 매출과 이익을 높이는 다른 전략에 비해 위험이 낮다”며 “불확실성의 시대에 성장으로 가는 대안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