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만화가 강철수 에세이
"5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나라가 일본 고작 삼십 몇 년 침탈에 그리도 망가질 수 있었나. 겨우 나라를 되찾고‘일본 놈 나쁜 놈들’칠십 몇 년을 똑같은 패턴 똑같은 삿대질이 아닌, 보다 효율적 진보적 대응책이 그리도 없었나. 우리 조상들은 무얼 하다가 그 많은 고초를 겪었고, 일본은 왜 그리도 이 땅에 눈독을 들일까."

1960년 데뷔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40년 이상을 '인기 현역작가'로 활약하고 있는 강철수 작가의 에세이가 소담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저자는 고등학교 때 일본에게 복수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일념 하나로 일본에 관해 아주 열심히 공부해 왔었고, 지금까지 장장 30년을 집시처럼 떠돌이 무사처럼 일본 전역을 훑으며 과거 한일 양국에 얽히고설킨 사건들을 들춰보고 다녔다. 한일 양국 역사의 두루마리를 펼치면 온통 피와 눈물, 참혹한 주검들의 홍수였다.

<바보들이 난세를 만든다>는 저자의 고집과 땀으로 쓴 '스토리가 있는 조선·일본 보고서'다. 이곳저곳에 흩어져 있는 의미 있는 흔적들을 돋보기로 살핀, 글로 쓴 동영상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역사 고증에 기대어 쓴 역사서도, 인문서도 아니다. 오직 만화가 강철수 작가의 두 눈, 두 발로 일본 열도 곳곳을 현미경처럼 살펴나가며 서울에서 도쿄로, 에도에서 한양으로, 도쿄에서 경성으로. 다시 조선에서 오사카로. 직접 보고, 묻고, 느껴서 적어 내려간 풍자와 해학이 담긴 에세이다.

조선시대부터 일본과의 관계를 거슬러 올라가 무엇부터 잘못되었는지 되짚어보며 일본과 일본인, 일본 문화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일제강점기가 지나고 광복을 찾은 후 한국 서민들의 생활 모습과 생각들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 구성력과 감각 있는 그림, 그림 칸 구성 등 만화 작가가 갖추어야 할 실력을 이상적으로 구비한 대표적인 중견 작가다. 독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해석해내고 시류(時流)를 정확히 짚어내는 대중문화상품 창작자로서의 감각이 뛰어나 1960년 데뷔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무려 40년 이상을 인기 현역작가로 장수하고 있다.

톡톡 튀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문체를 구사하는 강철수는 서라벌 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출신이다. 그림 실력이 뛰어나 고교 재학 중이던 1960년대에 이미 어린이 만화 <명탐정>을 발표하며 프로 만화가로 데뷔해 숱한 어린이 인기 만화와 <바둑 스토리>, <돈아, 돈아, 돈아> 등의 성인 만화를 발표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