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된소리를 화자로 잡았는지에 대해 작가는 곳곳에서 설명하며 재미를 준다. ‘뚝’은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그친 모양을, ‘쓱’은 슬쩍 사라지거나 지나가다 넌지시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낸다고 말이다. 작가는 책 말미에 “표준어로 ‘진지잡수셨습니까’라는 말을 강화도 사투리로 ‘진지 잡쉈씨까’라고 표현하듯 당시 살던 동네는 된소리에 익숙하다”고 썼다.
이야기는 정지용의 시 《향수》처럼 고즈넉한 시골 마을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한줄 한줄 더 읽다 보면 전쟁이 막 끝난 시절 민통선 인근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암울했던 그림자와 소년들 마음에 켜켜이 남아버린 상처가 세밀하게 드러난다. 욕과 비속어도 등장하지만 어지럽거나 내용을 해치지 않는다. 휴전된 지 10여 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절, 코앞에 휴전선을 맞닥뜨리고 있는 분단의 현실을 앞에 두고 아무것도 모른 채 자연과 마을, 그 속에서 현재를 사는 아이들의 모습은 사뭇 측은하기도 하다. 그저 꽃과 빵, 떡, 꿀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이다. 스산했던 유년시절 이었지만 그 속 풍경과 향수, 희망을 소년의 시각에서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된소리 홑글자는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글을 쓰며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 조금 더 알게 됐다”는 작가의 말처럼 읽는 이로 하여금 지나온 시간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